[SK비자금 회오리]黨으로 갔나 私조직서 썼나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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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2일 SK 비자금 100억원을 받은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과 주변인물에 대한 계좌 추적에 나서는 등 돈의 행방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100억원의 행방과 관련해 세 가지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100억원 중 일부가 회계처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나라당 공식 선거 기구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 의원과 당 공식 기구 사이의 중간 유통 단계에서 최 의원의 지시를 받고 돈을 운반했거나 나눠가졌을 인물들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00억원 중 일부가 한나라당 공식 기구로 유입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불법 선거운동 논란과 함께 지난해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인지(認知) 또는 지시 여부가 또 다른 정쟁의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이 한나라당 공식 기구에 돈이 유입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당 공식 후원금 계좌를 추적할 경우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 고위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둘째, 100억원이 한나라당 비공식 선거조직으로 전달됐을 개연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최 의원이 당 공식 기구에 보고하지 않고 한나라당 선거 사조직이나 일부 지구당에 자금을 임의로 나눠줬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총재의 선거 사조직으로 자금이 유입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면서 검찰 내에서는 이 전 총재의 사조직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해 대선 당시 최 의원이 중부지역 등 지방에 장기간 체류한 점에 주목하며 ‘최 의원의 독자 판단에 따른 자금 분배’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셋째, 검찰은 최 의원이 100억원 중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했을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 의원이 SK비자금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받아 유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사용처 수사는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수사팀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100억원의 규모가 워낙 방대하고 현금으로 유통됐기 때문에 조사가 진척되면 세 가지 경우가 모두 확인될 수도 있다”며 “최 의원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의원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경우 SK에서 돈을 받은 통합신당 이상수(李相洙) 의원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 대한 수사와의 형평성이 검찰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검찰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받은 불법정치자금 10억원의 행방이나 최씨가 받은 11억원의 사용처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최 의원이 받은 돈에 대한 수사만 강도 높게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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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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