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여사 회장 취임…현대그룹 경영권 후계갈등 일단락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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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씨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취임하면서 현대그룹의 경영권 후계 분쟁이 일단락됐다. 금강고려화학(KCC) 정상영 명예회장은 ‘섭정 발언’을 언론에 흘리며 정 회장 사망 이후 공백 상태에 놓인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얻고 싶어 했으나 실패했다.

현대그룹은 조만간 그룹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고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그룹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KCC, 정상영 회장의 섭정은 무산=정상영 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의 자녀들이 성장할 때까지 섭정 형태로 현대그룹의 경영을 맡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는 현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씨가 290억원을 빌려가면서 맡긴 담보물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근거로 현대그룹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김문희씨가 “빌린 돈을 갚겠다”고 밝히고 현 회장도 “도와주겠다는 뜻은 고맙지만 경영권을 내주지는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상영 회장이 섭정에 나서면 KCC그룹을 현대그룹과 동일계열로 간주해 관련법규를 적용하겠다”며 제동을 걸자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 회장이 “주요 경영사안에 대해 경험이 많은 집안 어른들의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말해 정상영 회장의 지원 가능성은 열어뒀다.

▽현대그룹의 미래는=현대 계열사의 경영에는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의 취임은 정몽헌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것”이라며 “정 회장은 현대아산과 대북사업에만 주력했고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기 때문에 현 회장도 비슷한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현대투신증권 매각작업이 마무리되면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상선 택배 아산 증권 등 5개 계열사로 재편될 예정이다.

주목할 것은 현 회장의 큰딸인 정지이씨(26)가 곧 현대 계열사에 입사한다는 점. 재계에서는 정지이씨가 경영수업을 충실히 받아 후계자로 부상할 때까지 현 회장이 회장직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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