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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2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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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복 전무 ▼
최근 한국에서 제기된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해 외국인들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정치문제가 그 나라의 경제기초 여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 타이밍으로 간주한다.
1991년부터 코리아펀드(미국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한국주식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전용펀드)의 운용을 맡고 있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투자기회인 것 같다.
올해 초부터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에 투자한 10조원은 글로벌펀드자산의 극히 일부분으로 많은 것도 아니다. 월가에선 한국주식이 싸고 장기적으로 볼 때 투자가치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경제가 신용카드문제 환율 유가 등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게 경제기초여건에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질적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특히 한국에서 소버린자산운용과 같은 외국계 투자펀드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좀 더 마련되면 외국인들은 한국의 장래를 오히려 밝게 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는 ‘외국인들의 이탈’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규제완화, 주주가치 증진 등이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거스텐하버 사장 ▼
한국 기업의 주가는 낮아 보이지만 중국 대만 태국에 비해서는 탄력성이 떨어진다. 이는 금융업의 부실과 강한 노동조합,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제조업의 힘이 다소 떨어진 탓이 크다.
돈은 실적을 따라간다. 한국보다 다른 나라의 시장이 더 좋아 보이면 그쪽으로 움직이는 게 돈의 생리다.
북한 핵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물 저평가의 빌미가 된 게 사실이지만 실제 투자 결정시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최근의 노동문제는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운동이 위축되고 있는 추세인데도 한국만 유독 거꾸로 가는 것 같다.
한국경제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갖는 지표는 엔-달러환율 움직임이다. 엔화강세가 원화강세를 촉발하면서 한국 경제엔 상당 기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은 강한 산업섹터를 가진 나라로 내수 회복만 확인되면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노키아를 따돌리고, 가전시장에서 소니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한다.(93년 설립된 알고넛캐피털매니지먼트는 주식 채권 외화자산 등에 골고루 투자하는 헤지 펀드. 자산규모는 7억달러로 한국엔 이 가운데 5∼10% 범위 내에서 투자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다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써니 윤 뉴욕법인장 ▼
내수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을 믿고 오래 보유할 생각이라면 지금이 한국주식을 매수할 타이밍이다. 올해 들어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 매수 열기는 ‘글로벌 유동성’ 차원에서 봐야지 한국 경제상황에 특별히 호감을 가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경제기초여건에 큰 변화가 없는 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추가 매수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이다. 지금 세계 유동성 랠리는 미국 채권에서 금 석유 등 상품시장과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의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엔 금 석유 등 상품시장이 전무한 데다 주식시장도 외국인 비중이 40%에 육박하기 때문에 추가 투자여지가 적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내년에 한 차례 정도의 어려운 시기(tough year)가 있을 수 있다. 내수 회복이 미뤄지는 가운데 추가적인 이자율 인하는 부동산 문제 때문에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 한국 증시는 매우 긍정적이다. 일본과 미국의 ‘자산투자 사이클’이 채권-부동산의 경로를 거쳐 각각 80년대, 90년대 주식에서 정점을 쳤는데 한국도 이런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본다.
▼기동환 뉴욕법인장 ▼
한국을 주목해서라기보다는 전 세계적으로 주식 매수용 잉여자금이 풍부해지면서 한국주식도 함께 사는 것으로 봐야 한다.
뉴욕 월가 분석가들은 최근 실업률이 하락한 것에 대해 크게 고무돼 있다. 소비지출 증가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호전되면서 3·4분기를 기점으로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돈의 흐름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옮아가면서 아시아 시장 전체가 혜택을 보고 있다.
한국의 노사문제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에 대해서는 주가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문제는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It can happen anywhere)로 외국인들은 판단하고 있다. 우려하기보다는 ‘길게 보면 지금이 매수타이밍’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주가상승에 부담스러운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달러환율의 추가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걱정이다. 지금 많은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느라 골치가 아플 텐데 분석가 입장에서도 미래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아무래도 내년 이후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상당히 내려갈 것으로 우려된다.
뉴욕=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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