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멋]주류업계 “酒의 연말을 잡아라”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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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저17, 시바스리갈.

윈저17, 시바스리갈.

《불경기를 타기는 주류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불황상품으로 통하는 소주만 지난해보다 잘나갈 뿐 위스키 맥주 등 나머지 주류들은 매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것은 성수기가 찾아왔다는 신호. 이달 말부터 시작돼 연말 망년회 때까지 이어지는 성수기를 앞두고 주류업계가 전열을 가다듬으며 만회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업소를 내 편으로=국내에서 판매되는 위스키의 90% 이상이 룸살롱 단란주점 등 이른바 ‘업소’에서 팔린다고 한다. 웨이터 등 업소 종사자들이 찾아오는 손님에게 적극적으로 특정 회사 술을 권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있듯이 개별 업소에서의 매상 차이가 모이면 전체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디아지오 코리아는 업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자사 위스키 ‘윈저’ 이름을 딴 윈저컵 축구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열린 1회 윈저컵 축구대회는 서울 부산 등 전국 15개 도시를 돌며 큰 인기를 끌었다. 내년에는 4월경에 2회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진로발렌타인스는 성수기를 앞두고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주된 소비처인 룸살롱과 단란주점, 나이트클럽에 대한 영업직원들의 방문 횟수를 늘렸으며, 영업소 단위별로 축구팀을 구성해 업소 종업원 축구팀들과 돌아가면서 친선 경기를 갖고 있다. 자사 술 이름이 인쇄된 축구 유니폼을 선물로 전달하고 운동 뒤에 같이 씻고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밀착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

롯데칠성음료의 위스키 ‘스카치블루’는 이러한 업소 관리를 적극 활용해 단기간 내 시장점유율을 높인 대표적인 경우. 영업사원들이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업소를 방문해 화장실을 청소하고, 테이블 정리를 도우며 인간적인 신뢰를 쌓은 것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자사 위스키 ‘리볼브 17’을 알리기 위한 10월 중순에 ‘룸살롱 시음전담팀’을 구성해 서울 지역의 고급 룸살롱과 가라오케 등 업소 180여 곳을 돌며 11월 말까지 판촉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마스터스, 스카치블루.

▽주목받는 바(Bar)=외국에서는 바에서 위스키를 가장 많이 소비한다. 국내에서는 룸살롱과 단란주점 등에 밀려 바가 다소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었으나 경기 불황과 주5일 근무제 확산 등의 영향으로 업소에서의 위스키 판매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당장 큰 변화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바의 술 소비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디아지오 코리아는 20여명으로 구성된 업계 최대 규모의 바 전문팀을 가동 중이다. ‘조니워커 스쿨’이라는 6주 과정의 무료 강습과정을 거쳐 배출된 1만명의 졸업생 중 상당수가 바에서 일하고 있어 영업하기가 한결 수월한 편이다. 이 회사 홍준의 마케팅팀장은 “자체 조사해보니 90년대 중반 쯤에는 전국적으로 바 숫자가 500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50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바를 즐겨 찾는 고객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도 바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자사 위스키 ‘시바스 리갈 12’를 앞세워 무료 시음을 유도하면서 바에서 위스키를 구입한 고객에게 경품을 제공키로 했다. 다음달 중순부터 12월까지 전국 300개 바를 돌며 경품행사를 진행한다.

진로발렌타인스는 정기적으로 영업사원들이 바를 방문해 자사 위스키가 많이 노출되도록 다양한 경품행사를 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라=최종 결정은 소비자가 내리기 마련. 주류 업체들은 길거리 또는 사이버공간에서 직접 소비자와 접촉하는 마케팅을 업소 관리와 더불어 하고 있다.

OB맥주는 캔 맥주의 355mL가 적다는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450mL짜리 캔맥주를 판매하고 있으며, 휴대전화를 이용한 첨단 프로모션을 업계 최초로 시도했다.

하이트맥주는 3.5t 트럭을 개조한 차량 3대를 이용해 4월부터 11월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무료 시음행사를 하고 있다. 또한 네티즌 대상 이벤트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펼치고 있다.

디아지오 코리아는 인터넷홈페이지에서 수시로 이벤트를 개최하며 5만명이 넘는 인터넷 회원을 확보했다. 진로발렌타인스는 8, 9월 위스키 위조방지 캠페인을 벌이면서 대규모 경품행사를 진행했는데 20만명 이상이 인터넷과 우편엽서로 참여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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