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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22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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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스웨덴의 남서부 소도시 고텐보리에서 발행되는 지방지의 프런트면 제목이다. 조그만 지방 도시에 대륙과 인종을 망라한 다양한 여성들이 초대된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던 모양이다.
볼보차가 마련한 ‘볼보의 여성들(Women in Volvo)’이라는 이벤트였다. 볼보는 행사에서 자신들이 여성을 위한 차를 만드는 데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3박4일 동안 끊임없이 ‘세뇌’시켰다.
사실 볼보는 세계에서 최초로 여성 전용 컨셉트카의 개발에 나서는 등 ‘여심(女心) 사로잡기’에 전념하고 있다.
이유는 볼보가 창사 이래 최대성공으로 손꼽는 ‘XC90’ 때문. 철저하게 여성을 타깃으로 만든 첫 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대적 성공은 볼보에 여성을 잡으면 성공한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XC90의 개발에 앞서 타깃시장인 미국의 32∼54세 여성 24명을 선발, 6개월 동안 이들의 요구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차의 설계에 반영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XC90의 가장 큰 특징인 전복 위험이 낮다는 것 외에도 두 번째 열의 좌석이 운전석의 바로 뒤까지 당겨지는 것(운전석에 앉아서도 뒷좌석에 앉은 자녀를 쉽게 돌볼 수 있도록), 치마를 자주 입는 여성이 타고 내리기 쉽도록 운전석이 만들어진 것 등 여성을 위한 섬세한 배려는 여성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볼보가 여성을 위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여성의 요구를 반영한 것은 아니었다. 볼보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을 사전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SUV 운전자의 80%가 여성이었다”며 “한 소비자조사기관에 따르면 신차 구매의 65%를 여성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여성 운전자가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여성의 요구는 남성과는 다르다는 것. 하지만 국내 자동차업체에선 이 같은 현실에 관심을 덜 기울이고 있다. 어쩌면 현대·기아차가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공급자중심 시장에서 이런 노력은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소비자들은 제조업체가 메뉴를 내놓으면 감사히 선택할 뿐이다. 하지만 국내의 자동차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물결을 타고 여성들의 마음이 돌아선다면, 변심한 애인처럼 다시는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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