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5년째 ‘제자리 걸음’…20조 안팎서 머물러

  • 입력 2003년 9월 14일 17시 35분


외환위기 직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던 국내 설비투자 규모가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풀려진 자산을 제외하면 제조업체들의 실질적 유형자산은 외환위기 이후 5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기업들은 46조원이 넘는 현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꺼리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형자산 증가율 (단위:%)
증가율
1998년―2.1
1999년―3.3
2000년―1.1
2001년―1.9
2002년―2.8
자료:한국은행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국 제조업의 유형자산 변동추이’에 따르면 1997년 43조5680억원이던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 규모는 98년 18조5980억원으로 크게 준 뒤 20조원 내외에서 계속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99년 18조6190억원 △2000년 22조9740억원 △2001년 22조2650억원 △2002년 20조6560억원 등이었다.

또 자산재평가 효과를 뺀 제조업체의 기계장치, 건물, 토지 등 유형자산의 증가율은 1998년 ―2.1%, 99년 ―3.3%, 2000년 ―1.1%, 2001년 ―1.9%, 2002년 ―2.8% 등으로 계속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빚을 줄이는 대신 자산을 다시 평가해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채비율을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양재룡(梁在龍) 한은 기업경영분석팀장은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 규모가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기미가 없는 데다 실질적인 기업의 자산은 5년째 줄고 있어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의 현금예금은 지난해 말 현재 46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기업들의 투자기피 원인이 자금부족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또 국내 설비투자가 준 것과 달리 제조업체의 해외 직접투자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직접투자액은 1993년 5억6000만달러에서 94년 14억8900만달러로 크게 늘어난 뒤 2000년까지 매년 15억∼37억달러 수준을 유지했으며 지난해에는 15억4000만달러였다.

한은은 제조업체들의 국내 투자욕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건전한 노사관계의 확립, 기업규제 완화 등 기업경영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체 국내 설비투자 및 해외투자 규모 추이
국내설비투자(원)해외직접투자(달러)
1998년18조5980억23억1800만
1999년18조6190억16억6400만
2000년22조9740억14억3000만
2001년22조2650억37억4800만
2002년20조6560억15억4000만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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