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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3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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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통상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부처마다 이해집단의 눈치를 보느라 정부 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문수(丁文秀)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국가 전체를 위해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정부 기능이 없다”며 정부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한-칠레 FTA의 경우 칠레는 8월26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비준안(案)을 통과시켰으나 한국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농민·시민단체의 반발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 탓에 자칫 양국간 FTA가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DDA 협상을 놓고서는 산업자원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이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DDA 협상이 일괄 타결 방식이어서 농산물 임수산물 등에서 개방 폭을 줄이려면 비(非)농산물 분야에서 외국에 양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DDA 비농업 협상은 대상 품목에 임수산물이 포함돼 있어 산자부와 해양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산자부는 임수산물에 집착하면 주력 수출품인 공산물 무역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한미투자협정은 문화관광부와 영화계의 스크린쿼터(극장의 국내영화 의무 상영 규정) 축소 반대에 부딪혀 장기 과제로 밀려났다. 외교통상부도 손을 놓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2001년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로 의견을 모았으나 문화부 장관이 바뀌면서 한미투자협정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곽노성(郭魯成)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통상은 협상 결과에 따라 피해를 보는 쪽이 있으므로 강력한 리더십이 없으면 진전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통상교섭본부장의 권한 부족 △경제부총리의 정책 조정 기능 약화 △정책 조율 규정의 미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 교수는 “회의만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통상을 이끌 기관이나 회의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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