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근로자 실질소득 1년간 제자리

  • 입력 2003년 8월 25일 17시 56분


경기 침체로 도시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이 1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4분기(4∼6월) 도시 근로자 가구의 흑자액은 2000년 1·4분기(1∼3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지출 항목 중 사교육비와 교통·통신비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 가계를 어렵게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도시 근로자 가구의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82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월평균 실질소득(255만9000원) 증가율은 0.8%에 머물러 작년 3·4분기의 2.1% 이후 3분기 연속 1% 미만에 그쳤다.

소득 항목별로는 근로소득이 작년 동기 대비 8.3% 늘었으나 불황으로 재산·이전(移轉)소득은 각각 18.6%와 21.7%나 줄었다.

그나마 근로소득이 늘어난 것도 맞벌이에 나선 배우자들의 소득 때문으로 분석됐다.

소득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지출은 월평균 223만5000원으로 7.2% 늘었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도 171만6000원으로 2.6% 증가했다.

항목별로는 전체 소비 지출의 9.7%를 차지하는 교육비(18만4000원)가 17%나 늘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교육비 중에서도 교재 및 참고서 비용은 47.4% 줄었지만 사교육비가 42.2% 급증해 가계의 주름살을 깊게 했다.

교통·통신비는 36만원으로 12.7% 늘었고 외식비와 광열수도비도 13.6%와 10.4% 상승했다.

하지만 미용 관련 비용은 6.7%, 회비나 교제비 등 잡비는 3.9% 줄어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은 줄고 지출은 늘어남에 따라 2·4분기 가계수지 흑자액은 59만4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했다.

가계수지 흑자액 증가율은 2000년 1·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한 이후 줄곧 ‘플러스’를 유지하다 3년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편 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은 5.00배로 2000년 2·4분기의 5.28배 이후 꾸준히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구원 수별 소득증가율에서는 4인 가구가 작년 동기 대비 8.2% 늘어 가장 높은 반면 6인 이상 가구와 2인 가구는 오히려 5.1%와 0.6% 줄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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