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투자차익 겨냥?…현대엘리베이터 외국인 싹쓸이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17분


코멘트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최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주가는 5일째 쉬지 않고 상한가를 나타냈다.

현대그룹은 제2의 ㈜SK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주식매입 등 방어에 나섰다. 증시 참여자들은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급등하는 주가, 불안한 현대=13일 증권거래소 시장에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상한가인 2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6일의 1만2500원보다 꼭 두 배로 오른 것. 12일에는 184만4000주가 거래됐고 13일에도 평소보다 많은 52만3012주가 거래됐다.

이날 외국인은 4만6970주를 더 순매수했다. 전날에 비해 매수 강도는 줄었지만 외국인 지분은 전날 10.39%에서 11.22%로 늘어났다.

▽누가 사들이나=외국인의 ‘정체(正體)’에 대한 가능성은 대략 세 가지다.

누군가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과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장악하면 이를 통해 현대상선과 현대택배 등 견실한 계열사의 경영권까지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주회사의 경영에 외국인 대주주가 개입할 것을 피하려는 그룹이 주식 매집에 나설 것을 노리는 ‘그린메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시세차익을 노리는 일반 외국인 투자자일 가능성도 있다.

현대그룹은 일단 일반 투자자로 보고 있으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일단 미국 유럽 홍콩 등 3개 지역 펀드들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집중 매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 경영전략팀의 현기춘 상무는 “아직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지만 상황에 따라 우호 지분을 더 확보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의 다른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한때 10만원이 넘은 우량주였고 외국인 지분도 20%에 이를 때가 있었다”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전개될까=우선 지분 5% 이상을 취득한 대주주가 나올지가 관건. 한 회사의 지분 5%를 매입한 투자자는 결제일 이후 5일 이내에 그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

신성호 우리증권 이사는 “투자자가 조세회피 지역의 페이퍼컴퍼니인지, 중장기 투자를 하는 연기금인지 등에 따라 사태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과장은 “5% 대주주가 나오고 언론의 집중 조명이 시작되면 주가는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