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위장 '삼성전자 그룹서 분리' 권유 파문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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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이 이학수(李鶴洙)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나 삼성전자를 삼성그룹에서 분리시키는 방안을 권유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대해 기업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장의 권한을 넘어선, 기업 활동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 위원장은 1일 보도된 한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를 독립기업으로 하고 나머지 계열사는 몇 개씩 나눠 여러 개의 서브(sub)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하나로 이 본부장에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강 위원장이 지주회사 이야기를 꺼내자 이 본부장은 “삼성이 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추려면 15조원이 필요한데 이 같은 거액을 조달할 방법이 없다”면서 “삼성은 지주회사를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지주회사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장사항이다. 다른 형태로라도 현재의 후진적인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새롭게 발전해야 한다”면서 다른 방법의 예로 삼성전자 독립기업화를 거론했다.

그는 또 계열사들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느슨하게 브랜드와 이미지를 공유하는 방안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대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강 위원장은 4월 4일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독립기업화하면 다른 계열사가 부실화될 때 동반부실화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명지대 조동근(趙東根·경제학) 교수는 “공정위원장의 직무규정에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에 간섭하라는 조항이 있느냐”면서 “어떤 지배구조를 선택할지는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도 “삼성전자를 독립기업화한다는 발상은 삼성전자가 다른 계열사에 부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라며 “외국인 주주가 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마음대로 계열사에 부당한 지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만약 부당한 지원이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공정위의 할 일”이라며 “정치논리에 따라 기업을 마음대로 찢어낼 수도 있다는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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