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정벌레차 아듀!

  • 입력 2003년 7월 8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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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여 안녕!'

딱정벌레 모양으로 유명한 독일 폴크스바겐의 '비틀' 승용차가 사라진다.

dpa통신은 10일 멕시코 푸에블라의 마지막 비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다고 7일 보도했다. 나치독일 치하였던 1934년에 처음 비틀이 생산된 지 69년 만의 일이다. 69년 동안 똑같은 모델의 비틀이 2150만대 생산됐다.

폴크스바겐의 역사는 1934년 6월 22일 자동차 설계사 페르디난트 포르셰가 독일 제국자동차산업연맹으로부터 '국민차(폴크스바겐)'를 만들어달라는 위탁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포르셰는 2만제국마르크만 받고 보통 국민이 살 수 있는 저렴한 차를 설계했다. 1년여 만인 1935년 7월 3일 포르셰가 슈투트가르트에서 새 디자인을 공개하자 그가 만든 모델은 생김새 때문에 즉각 화제가 됐다.

승용차들이 커다란 상자 모양이었던 시대여서 자그마한 크기에 생김새가 특이한 포르셰의 작품은 '딱정벌레'란 별명을 얻었다. 6개월 후엔 컨버터블 모델도 나왔다.

비틀은 똑같은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역사적인 격동기를 상징하기도 했다. 1930년대엔 아돌프 히틀러의 '제3제국'의 상징으로, 1950년대엔 독일 '경제 기적'의 주력으로, 1960년대엔 전 세계 히피세대의 숭배대상으로 인기를 누렸던 것.

첫 생산 후 여러 차례 기술적 진보가 있었지만 일반에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39년 2차대전 발발 직전이었다. 그나마 군수용 차량 생산 때문에 비틀의 생산대수는 많지 않아 포르셰의 첫 모델이 나온 지 10년 만인 1945년 5월 2차대전 말까지 불과 630대 생산에 그쳤다. 그러나 같은 해 비틀의 생산공장이 있는 북부 독일 니더작센주를 점령한 영국군이 2만대 생산을 명령하면서 대량생산 시기를 열었다.

그 후 비틀이 세계시장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947년이었다. 유럽을 시작으로 1950년엔 미국시장에도 진출했다. 10년 후 비틀의 미국 판매는 절정에 달해 약 400만명이 이 차를 몰았고 여러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도 스타로 떠올랐다.

폴크스바겐은 후속모델인 '골프'의 개발에 착수하면서 1978년 비틀의 독일공장 폐쇄를 시작으로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만 남을 때까지 서서히 생산을 줄여왔다. 그러나 이제 이곳의 생산도 줄어 지난 2~3개월 동안 겨우 50대만 생산했다.

그러나 비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998년부터 디자인을 대폭 바꾼 '뉴비틀'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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