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디자인 미래를 현실로…007카의 변신

  • 입력 2003년 5월 11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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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V8 밴티지.
AMV8 밴티지.

《애스턴 마틴은 본래 007 본드카로 유명한 영국 자동차회사다. 1962년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에서 64년 3탄 ‘골드 핑거’까지 이 회사의 DB 시리즈가 본드카로 활약했다. 그러나 65년 이후 BMW 등에게 본드카 자리를 물려주는 아픔을 겪다가 지난해 20탄 ‘다이 어나더데이’에서 V12 뱅퀴시(Vanquish)로 자리를 되찾았다.포드에 인수되긴 했지만 여전히 귀족적인 영국의 차디자인을 선도하고 있는 애스턴 마틴이 올 초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AMV8 밴티지(Vantage)’라는 새 차의 컨셉트를 선보였다. 007 시리즈 19탄 ‘언리미티드’에 등장한 BMW Z8이나 ‘미션 임파서블 2’에 등장한 포르쉐 911과 같은 콤팩트 스포츠카. 특히 디자인 측면에서 애스턴 마틴의 새 시대를 여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최근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스포츠카는 디자이너 작업과 엔지니어 작업 사이의 균형감각이 돋보인다는 점이 특징. 새 차 역시 날렵하면서도(sporty) 우아하다(elegant). 독일 스포츠카가 기능성을 강조하느라 디자인을 소홀히 해 간혹 머신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나 이탈리아 스포츠카가 디자인을 중시하다 기능성을 떨어뜨리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차체는 긴 후드(보닛부분), 짧은 오버행(바퀴둘레부분), 앞뒤 무게비율 50:50 등 고전적 스포츠카의 비례를 따르고 있지만 세부적인 디자인은 복고적 추세를 거부하며 모던한 쪽을 선택했다. BMW에서 Z8을 디자인하고 애스턴 마틴으로 자리를 옮긴 디자이너 헨릭 피스커는 최근 ‘카디자인뉴스(cardesignnews.com)’와의 인터뷰에서 “새 차는 보디 빌더가 아니라 맞춤복을 입은 운동선수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덴마크 출신의 디자이너 헨릭 피스커.

그는 눈여겨볼 부분으로 차 뒤쪽의 미등(尾燈), 앞쪽의 라디에이터 격자망, 옆쪽의 통풍구 등을 강조했다. 미등은 원형이나 사각형 대신 기하학적 형태를 취하면서 바탕에 고급스런 색을 깔고 있다. 향후 애스턴 마틴의 새 상징으로 발전될 독특한 디자인이다. 물고기가 입을 뻐끔거리는 듯한 라디에이터 격자망은 61년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자카토가 도입한 이래 오랜 세월동안 애스턴 마틴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디자인. 격자의 수가 이전 뱅퀴시 등에 비해 훨씬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심플해졌다. 옆쪽 통풍구와 도어를 따라 쭉 뻗은 가로선은 높은 기술수준의 수공(手工)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내부 계기판은 기존 자동차 시스템보다는 정밀시계와 홈엔터테인먼트시스템에서 영감을 얻었다. 차내는 전통적인 나무와 크롬 소재대신 어두운 갈색 가죽과 산화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다. 또 의자 등받이 한 가운데 은빛 파브릭을 썼다. 애스턴 마틴이 파브릭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근 홍익대 교수(산업디자인)는 “최근 자동차 실내디자인에서는 실험적인 정신을 발휘해 이질적인 소재를 섞어 사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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