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해외 지급보증채무 2조4000억원 조기상환 위기

  • 입력 2003년 3월 11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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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이 분식회계 사실 적발로 해외현지법인에 서준 약 2조4000억원에 이르는 지급보증채무를 조기에 갚아야 할 위기에 놓였다.

SK글로벌은 또 은행대출이 아닌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SK글로벌 채권을 매입한 투신사 펀드 고객들의 잇따른 환매요청도 예상되는 등 금융시장에 새로운 ‘악재’가 될 전망이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SK글로벌은 지난해 말 현재 미국을 비롯한 13개 해외현지법인에 서준 2조9240억원의 지급보증 채무를 갖고 있었으나 이 가운데 일부는 올해 해소돼 현재 2조4000억원이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분식회계는 채권금융회사와의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해외채권단은 자동적으로 SK글로벌에 ‘기한의 이익상실’ 통지를 할 수 있다”며 “채권의 만기여부와 상관없이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기한의 이익상실은 채권금융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보다 손실이 더 커진 상황을 말한다. 과거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봤듯이 해외채권단은 약정위반에 대해 대부분 조기상환을 요청한다.

한편 SK글로벌의 총 차입금은 작년 9월말 현재 1조8817억원이며 이 가운데 회사채가 1조8650억원을 차지한다. 연도별 만기금액은 △2003년 3750억원 △2004년 6900억원 △2005년 2500억원 △2007년 1000억원 등이다.

SK글로벌은 분식회계 금액을 포함시킬 때 작년말 총 자산은 6조3324억원, 총부채는 5조7407억원이라고 공시한 바 있어 국내 회사채는 보유자산을 매각해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러나 분식회계 내용 가운데 해외 외상매입대금 1조1811억원과 단기CP 등의 상환청구가 들어오면 사태가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일 밤 채권은행들이 모여 SK글로벌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공동관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또 “채권금융기관들이 중심이 돼 채권유예 문제를 논의하고 외국채권단과도 협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이 같은 결정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에 따른 숨은 부채 급증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 대책마련에 들어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SK텔레콤“자사주 매입”

SK텔레콤은 11일 SK글로벌의 SK텔레콤 지분 매각 가능성과 관련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주식시장에서 물량 부담을 최소화하고 주주 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SK글로벌은 주식교환사채(EB)를 포함해 SK텔레콤 지분 4.77%를 가지고 있으나 실제로 매각 가능한 지분은 2.72%(230만주)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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