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직전 '슬그머니 공시'…31일 마감뒤 적자 쏟아져

  • 입력 2003년 2월 3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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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3시, 증시가 설 연휴를 앞두고 문을 닫자 이후 209건의 공시가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에 올라왔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은 별다른 의도 없이 시간에 맞춰 공시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중에는 실적 발표 등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공시를 한 기업이 적지 않다. 실제로 연휴 직전 공시한 기업의 상당수는 실적이 나빠졌다.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공시를 투자자의 관심이 멀어진 연휴 직전 슬쩍 한 게 아니냐는 질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시 분석〓31일 오후 3시1분 거래소 상장기업인 경방이 “계열사인 경방상사의 181억원 채무에 대해 보증을 선다”는 공시를 내면서 마감 이후 공시가 시작됐다. 경방은 이날 계열사인 경방유통에도 417억원의 채무 보증을 선다는 공시를 추가했다.

시간외 거래마저 거의 끝날 무렵인 오후 3시49분 한국특수형강이 경상이익 43.2%, 순이익 59.1%가 감소했다는 내용의 2002년 실적을 발표했다.

시간외 거래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실적 악화 공시가 이어졌다. 오후 4시1분 한국화인케미칼이 경상이익 38.9% 감소를 공시했고 이어 세방전지 현대DSF 한국화장품 고려제강 진양화학 파인디지털 쌍용정보통신 세넥스테크놀로지 등이 잇따라 실적 악화 공시를 했다.

오후 4시48분 실적을 공시한 현대DSF의 순이익은 2001년에 비해 91.8%나 감소했다. 오후 5시 이후 실적을 발표한 파인디지털은 2001년 20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2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날 장 마감 이후 실적 관련 공시를 낸 14개 기업 가운데 11개사의 실적이 전년(2001년)에 비해 크게 나빠졌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실적 발표 이후 사흘이라는 긴 휴식을 가진 덕인지 3일 증시에서 대부분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나쁜 관행〓공시(公示)란 말 그대로 기업이 투자자에게 알려야 할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 그런데 연휴 직전인 31일, 그것도 장 마감 이후 실적 악화 공시를 한 것은 정직하지 못한 태도라는 지적이 많다.

‘연휴 직전 악재 흘리기’ 관행은 증시에서 종종 있었던 일. 홍보 성격이 강한 공시는 ‘공정 공시’라는 이름으로 크게 올리면서도 나쁜 내용은 연휴 직전에 슬쩍 흘리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마감일 직전 같은 시간에 동종기업과 함께 우르르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방해하는 관행도 비슷한 악습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최현재 연구원은 “주주와 투자자를 편법으로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며 “주주에게 솔직한 기업이 나중에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3년 1월 31일 장 마감 이후 나온 실적 악화 공시
기업공시내용
한국특수형강순이익 59.1% 감소
한국화인케미칼순이익 38.6%, 경상이익 38.9% 감소
세방전지순이익 55%, 경상이익 57.2% 감소
현대DSF순이익 91.8%, 경상이익 92.5% 감소
한국화장품순이익 42.8%, 경상이익 54% 감소
고려제강순이익 33.1%, 경상이익 30% 감소
진양화학순이익 96.4% 감소
파인디지털적자 전환
쌍용정보통신매출 18% 감소. 적자전환. 올해 배당 없음
환경비젼21경상손실 136.7% 증가
세넥스테크놀로지매출 57.3% 감소. 대신 적자폭은 줄어듦
자료: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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