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교육'열풍…저금리 고령화시대 노후대비 수요 급증

  • 입력 2003년 1월 22일 18시 30분


14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히라오카 히사시부 일본 닛코파이낸셜인텔리전스 부이사장 초청 ‘투자자 교육강연회’에는 많은 투자자들이 모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원대연기자
14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히라오카 히사시부 일본 닛코파이낸셜인텔리전스 부이사장 초청 ‘투자자 교육강연회’에는 많은 투자자들이 모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원대연기자
새해 자산운용 업계에 ‘투자자 교육’ 열풍이 거세다.

최근의 투자자 교육은 금융회사들이 회사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열었던 과거의 재테크 강연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저금리 고령화시대를 맞아 위험을 감수한 투자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일반 투자자들과 이런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금융회사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전문교육을 원하고 있는 것.

▽바빠진 전문가들〓지난해 10월까지 굿모닝투신운용 사장으로 일하다 회사가 PCA투신운용으로 바뀌면서 투자교육연구소장을 맡은 강창희 전 사장은 요즘 사장일 때보다 더 바쁘다. 투자자 교육을 강조해온 그가 교육분야 전업을 선언하자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11월 광주와 전남 순천시의 경영자협의회 초청으로 기업인 80여명에게 강연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최고경영자(CEO) 기업체 직원 금융인 자산관리사(FP) 등 1000여명 이상을 교육했다. 9일과 16일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정보센터에서 중고교 교사 100여명에게 강연했다.

강 소장은 “투자자가 달라지지 않고는 한국 투신산업 발전이 어렵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야 일복이 터졌다”고 말했다.

투자신탁협회가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14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주최한 ‘투자자교육강연회’에는 예상보다 많은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투신사 사장 대학교수 소비자단체 대표 등도 다수 참석했다.

투신협회는 지난해 7월 투자자교육 강사진을 구성해 기업이나 기관이 원하면 파견해 왔는데 올 들어 요청이 크게 늘어났다.

백경호 국민투신운용 사장은 요즘 전국을 돌아다니며 펀드 판매사인 국민은행 지점장들을 상대로 강연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의 하나다.

▽왜 투자자 교육인가〓강 소장은 투자자 교육 열풍에 대해 “저금리와 고령화시대에는 과거 방식으로 생활자금과 노후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면 정년이 보장됐습니다. 회사와 국가가 퇴직금과 연금을 보장했고 이자로 노후생활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투신협회 김일선 이사)

기업은 정년을 보장하지 않고 퇴직금 제도는 사라져 가고 있다. 국가 차원의 연금 지급액은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 이자로 기나긴 노후생활을 지탱하기 어려울 것은 분명하다.

김 이사는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나면 미리 수익성 높은 금융상품을 잘 골라 투자해 노후 자금을 스스로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을 가르치나〓강 소장은 교사들을 상대로 스스로 투자전략을 마련하는 일과 학생들에게 투자를 가르치는 법을 강의한다.

투자와 저축이 어떻게 다른지, 고위험 고수익 원칙에 따라 어떤 투자상품이 있는지, 왜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지, 연령별 투자전략은 어떻게 짜는지 등이다.

투신협회의 투자자 교육은 ‘평생 재무설계’라는 이름으로 사는 동안 필요한 자금이 얼마나 되고 어떻게 이 돈을 마련할지를 가르친다. 백 사장은 “금융회사 직원들은 고객의 성향에 따라 위험과 수익이 다른 다양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급한 것은 이들을 교육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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