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감세정책 국내증시 ‘시큰둥’

  • 입력 2003년 1월 7일 18시 02분


7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한국 증시에도 ‘훈풍’을 몰고 올까.

투자자들은 세금 감면으로 소비가 늘고 경기가 회복되기를 바라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를 늦추는 버팀목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증시를 부양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미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또 부양책이 실제로 미국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지는 장기간 검증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기부양책이 경제에 미칠 영향〓미국 뉴욕 타임스는 6일 “미국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약 6800억달러(국내총생산의 0.68%) 규모에 이르는 감세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감세 정책은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늘려 경기성장과 실업률을 낮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경기부양책은 직·간접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부양책의 핵심부분인 배당세 철폐(약 3800억달러)는 증시의 단기 호재이다. 뉴욕 타임스는 “세금을 내야 하는 은행이자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투자자의 자산구성에서 주식 비중이 늘어날 뿐 아니라 고배당주식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간접적으로는 세금감소가 소비나 기업투자 증가→고용확대→경제성장 등의 선순환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한화투신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감세정책은 상대적으로 소비성향이 낮은 부유층에 혜택을 줘 소비보다 저축증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1조3500억달러의 감세정책이 발표된 뒤 미국의 저축률은 2001년 말 0%대에서 5월엔 4%대로 급등했다.

심화되는 재정적자도 문제. 국채가 발행되면서 금리를 끌어올리면 금리인하 효과를 상당부분 희석시킬 수 있다.

▽한국증시에 미칠 영향〓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경기부양책은 오래된 뉴스여서 주가를 끌어올릴 모멘텀을 상실했다”며 “감세정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연초 약 5%, 한국증시가 6일까지 8% 오르며 증시에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것. 7일 한국증시는 10포인트 이상 급등하다가 기관들의 물량이 나오면서 14포인트 이상 떨어진 채 마감했다.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위원은 “부양책은 전쟁 위험이 소비와 경기둔화에 미치는 효과를 상쇄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상무는 “부양책이 선순환으로 이끌 만한 힘은 없지만 선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때까지 경제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다리 역할은 한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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