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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25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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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경제참모인 김효석 의원의 ‘임원 보수 공개의무화 추진’ 발언에 대해 재계는 기업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임원보수체계의 공개는 투명경영의 한 요소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제도 도입의 명분〓임원보수 공개 문제는 김 의원이 처음 제기한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가 개별 임원보수 공시의무화 방안을 11월 ‘공시제도 선진화방안 공청회’에서 내놓은 것. ‘임원들의 보수가 정말 성과에 연동돼 지급되는지’를 주주 및 이해관계자가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미국의 공개법인은 보수를 많이 받는 상위 4, 5명의 임원에 대해 보수총액 및 보수를 책정하는 기준과 절차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또 단기적 보상과 장기적 보상을 구분한 세부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들이 보상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선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만 공개하고 연봉은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공시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커다란 시각차〓이에 대해 LG그룹 고위관계자는 “철저한 성과주의에 따라 임원의 연봉을 책정하고 있을 뿐 대주주 전횡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SK그룹의 고위관계자도 “최고경영자(CEO)를 가신으로 보지 않으면 그런 말(재벌 총수가 입맛에 따라 임원 보수를 결정한다)을 입에 담을 수 없다”며 김 의원의 발언에 유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연봉은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서로 모르게 주는 것인데 이것을 공개하면 연봉제의 기본 취지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조직 내 위화감과 노조의 반발 등 기업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대 김건식 법대교수는 “미국에선 전문경영인들이 성과에 비해 너무 많은 보수를 가져간 게 문제가 돼 연봉이 공개됐다”며 “한국에서 보수공개로 기여분만큼 받는 제도가 정착되면 전문경영인의 연봉이 오히려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부작용〓제도도입의 타당성 여부도 논란거리지만 더 큰 문제는 대통령당선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내놓는 설익은 정책으로 인해 가뜩이나 불투명한 경영환경이 더욱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것. 그러면서도 재계는 노 당선자의 재벌개혁 프로그램이 이를 계기로 본격 가동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당선자 그룹은 ‘한 건 주의’식의 터뜨리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경제를 운용할 것인지 비전을 밝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