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제도 이렇게 바꾸자]<上>'한탕주의' 뿌리뽑아야

  • 입력 2002년 12월 16일 18시 12분



1989년 이후 한국경제의 규모는 두 배로 커졌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당시의 1,000 아래를 맴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국가위험도나 외국인의 무심함 등 증시 밖에서 원인을 찾는 이도 많다. 그러나 “적은 우리 내부에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20년 동안 현장에서 한국 증시를 지켜본 김정수 증권거래소 차장(45)이 대표적. 그는 곧 발간할 저서 ‘현대증권법원론’(박영사)에서 “‘주가지수 네 자릿수 시대’가 오려면 무엇보다 시장에 대한 신뢰가 살아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고 효율적이고 강한 규제가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고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것.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일까.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무엇보다 사법부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사건 당사자들에게 매우 관대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처벌이 주는 불이익보다 ‘한탕’이 성공했을 때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처벌로 범죄를 막을 수 없다. 1999년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차장은 “무려 6개월 동안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동원한 사상 유례 없는 시세조종 사건의 피고인들이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면서 “시세조종으로 현대증권이 얻은 직접적인 이익은 1500억원 규모인데도 법원은 불과 50억원의 벌금만 부과했다”고 비판했다.

2000년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한 세종하이테크와 테라 등의 시세조종 사건에서도 대부분의 관련자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법부는 불공정거래를 막는 제도적 장치의 꼭대기에 있으므로 준엄한 심판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내부자거래 ‘눈 가리고 아웅’〓가장 죄질이 나쁜 불공정거래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돈을 버는 방법이다. 그런데도 법에 허점이 너무 많다.

98년 한 언론사 간부가 기업인에게서 미공개 정보를 들었다. 그(1차 정보수령자)는 동생에게 정보를 줬고, 동생(2차 정보수령자)은 주식을 사 4억원을 벌었다.

증권거래법과 대법원은 동생에게는 면죄부를 줬다. 법에 2차 정보수령자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지 않은 데다 대법원이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변질돼 단순한 소문 수준의 정보가 됐다”는 논리를 폈기 때문.

김 차장은 “구체적 사안을 따져 1차 정보수령자와 다름이 없으면 2차 수령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1차 수령자, 2차 수령자를 가리지 않고 내부정보라는 사실을 알면서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한 사람은 함께 처벌한다.

▽싸고 빠른 중재절차 필요〓투자자가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더라도 민사 및 형사 재판을 거쳐 배상을 받으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따라서 증권 전문가들이 빠르고 싸게 분쟁을 해결해주는 중재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낭비도 줄일 수 있어 투자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투자자 보호 문제점과 개선안
현재개선안
법원의 양형집행유예 및 소액 벌금형 남발엄한 처벌로 범죄 사전 예방
내부자거래 처벌2차 정보수령자 처벌 불가구체적 사안 따져서 처벌
증권관련집단소송법재계 반대 속 국회 계류 중신속히 도입해야 불공정거래 예방
분쟁 해결재판에 시간과 돈 낭비중재로 신속하고 싼 분쟁해결
자료:현대증권법원론 (박영사)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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