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시장 양분 LG-SK가스 "경쟁보다 공존"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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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처럼 닮았네.”

최근 폭발적인 이익 증가로 증시에서 관심을 끄는 LG칼텍스가스와 SK가스. 두 회사는 한국 액화석유가스(LPG)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두 회사가 시장에서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두 회사는 경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는 일도 너무 닮았다. 심지어 연구개발도 공동으로 한다.

어차피 한국 LPG시장을 두 회사가 완전 장악한 터. 사이좋게 돈을 버는 현실이 너무 행복하다. 과점(寡占)의 혜택을 두 회사는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똑같은 회사〓두 회사는 닮은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약속이나 한 듯 10년 연속 순이익이 증가했고 실적 수치나 이익 증가율도 비슷하다. 주당 배당금도 1250원으로 같다. 더 황당한 것은 최근 5년 동안 주당 배당금이 500원(1997년), 550원(1998년), 1000원(1999년), 1250원(2000, 2001년)으로 똑같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LPG를 수입해 파는 사업구조도 완전히 같다. 어차피 수입하는 LPG이므로 두 회사 제품에 품질 차이가 있을 리 없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두 회사의 LPG가격은 18개월 동안 같다.

최근에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연구해 디젤엔진에 비해 매연과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버스용 LPG 엔진을 개발했다.

두 회사는 또 그룹은 달라도 ‘뿌리’가 연결돼 있다. LG가스가 라이벌 SK가스의 2대 주주(지분 8.14%)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과점〓두 회사는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담합을 이유로 14억원과 16억원의 과징금을 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18개월 동안 두 회사의 LPG 가격이 같았다는 게 이유.

그러나 두 회사가 이 정도 과징금에 충격을 받아 서로 가격을 내리며 경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 어차피 과점 체제로 두 회사 이외에는 경쟁자가 없다. 가격 경쟁을 하는 것보다 평화롭게 지내는 게 훨씬 이롭기 때문이다. 과징금 정도는 과점체제를 유지하는 비용으로 여기는 게 현명하다.

두 회사가 과점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막강한 유통망에 있다. 전국에 깔린 수천개의 LPG가스 충전소는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가치P&C 박정구 사장은 “두 회사의 과점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매출이나 이익, 심지어 주가까지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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