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02]SKC 中 푸저우 공장

  • 입력 2002년 12월 2일 18시 01분


완벽한 제품 꿈꾸며…SKC 중국 푸저우공장의 한 여성 근로자가 비디오 테이프 내부에 들어가는 마그네틱 테이프를 손으로 감고 있다. 사진제공 SKC
완벽한 제품 꿈꾸며…SKC 중국 푸저우공장의 한 여성 근로자가 비디오 테이프 내부에 들어가는 마그네틱 테이프를 손으로 감고 있다. 사진제공 SKC
“하나를 가르치면 스스로 둘 셋을 깨우치는 중국인 근로자들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저 ‘싼 노임’ 때문에 중국에 왔지만 중국인들은 오히려 한국을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한다는 느낌입니다.”

중국 푸젠(福建)성 SKC 푸저우(福州) 비디오테이프 공장 생산라인. 이곳에 파견된 유일한 한국인 장석준(張錫俊) 차장은 중국인 근로자에 대해 ‘대단히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라고 말한다.

▽섬세한 솜씨로 불량률 낮춰〓푸저우공장 근로자는 모두 800명으로 대부분 기숙사에서 지낸다. 이 가운데 여성은 600명. 단출한 4층 공장의 조립라인에선 20대 초반의 여성 근로자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스프링과 필름 등 테이프 부속물들을 맞춰 끼운다. 자동화라인이 있지만 주문업체들은 중국 여성 근로자들의 섬세한 손길이 스쳐가는 수(手)작업 제품을 더 선호한다.

이들의 능력은 낮은 ‘제품 불량률’로 입증된다. SKC 푸저우공장의 불량률은 20ppm(100만개 중 20개 이내)으로 SKC가 천안공장에서 생산할 때에 비해 10분의 1에 그친다. 푸저우공장이 일본 최고의 비디오테이프업체인 후지필름을 비롯해 맥스웰 TDK 폴라로이드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것도 이러한 높은 품질수준 때문이다.

▽독자적인 품질개선 활동〓SKC 푸저우공장은 전체 비디오테이프 생산량(연산 6600만개)의 70% 이상을 일본으로 수출한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지로 25%정도 수출하고 중국 내수물량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수출기업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셈.

장 차장은 “푸저우공장의 품질수준은 중국인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분임조 활동을 통해 높아진다”고 말한다. 97년 SK그룹이 자체 경영기법인 수펙스(SUPEX)의 원리를 중국 근로자들에게 ‘가르쳤더니’ 이제는 ‘자신들만의 경영기법’으로 응용, 발전시키고 있다고 장 차장은 설명한다.

푸저우공장의 근로자들은 모두 50여개의 분임조로 나눠 품질개선 활동을 벌인다. 이들의 품질개선 활동엔 SK에서 ‘가르치지 않은’ 그들만의 방식이 더해진다.

우선 개인(조원)에 대한 자체 평가방식이 꽤나 적극적이다. 분임조장 류시하이(劉喜海)는 “적극성, 공정개선 기여, 아이디어 공유 등 몇가지 측면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내린 뒤 이 결과를 다른 조원들에게, 즉 ‘3자 평가’를 맡긴다”고 말한다. 매달 선정하는 우수분임조의 조장이 다른 분임조 회의에 참석해 품질개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도 SK그룹의 수펙스 활동에는 없는 것이다.

▽기술개발 의욕 놀라워〓기술개발에 대한 ‘욕심’도 대단하다.

이 회사 류시쩡(劉希增) 사장은 “한국에서 수입한 모든 생산설비의 보수를 현지 기술진이 맡아 처리한다”며 “부품도입가격이 비싸면 한국 본사에 설계도면을 요청해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중국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전량 수입하는 비디오테이프 포장재의 품질문제를 지적하면서 ‘기술이전’을 역제안할 때 중국의 미래를 보게 됩니다.”

장 차장이 털어놓는 중국 근로자 예찬이 현실적인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푸저우(중국)〓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