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주회사 체제’ 첫 도입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8시 01분



LG그룹이 28일 통합지주회사인 ㈜LG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국 대기업 가운데 맨 먼저 ‘지주회사 체제’의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창업 양대 가문인 구씨와 허씨 일가는 지주회사에서 일정지분을 유지하고 ㈜LG 산하의 38개 계열사를 이끌어 가되 LG건설 등 일부 기업은 허씨 일가 쪽으로 분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대기업 중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 구축〓화학부문 지주회사인 LGCI와 전자부문 지주회사인 LGEI의 통합으로 LG그룹은 명실상부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됐다.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정상국 상무는 “양가의 대주주들은 지주회사의 지분만을 갖고 계열사로 포함된 38개 계열사의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 맡겨 책임경영을 한다는 방침”이라며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씨-허씨 일가가 각각 보유한 통합지주회사의 지분은 7 대 3 비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본과 경영의 분리’를 골격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의 여파는 다른 대기업에도 미칠 전망이다. SK㈜를 지주회사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운 SK그룹, 올 1월 설립한 ㈜동부를 그룹지주회사로 키울 계획인 동부그룹 등의 행보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LG 설립과정〓이번 통합지주회사 출범은 2000년부터 추진돼온 LG그룹의 기업구조 개선사업의 결정판이다. LG그룹은 ‘1등 LG’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선진적 기업기배구조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지주회사 설립을 3년째 추진해 왔다.

2000년 7월 LG구조조정본부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2003년까지 지주회사(가칭 LG홀딩스)를 만들고 그 전 단계로 화학에너지계열은 LG화학이, 전자통신계열은 LG전자가 지주 기능을 맡는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이에 따라 LG는 지난해 4월 화학부문 지주회사인 LGCI를, 올 4월 전자부문 지주회사인 LGEI를 출범시켰다.

▽구씨-허씨 계열분리 가속화〓통합지주회사 출범과정에서 ‘구씨-허씨’ 양가의 계열분리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LG그룹은 4월 LG전선 극동도시가스 LG칼텍스가스 LG니꼬동제련 등 4개사를 구태회(具泰會) 구평회(具平會) 구두회(具斗會)씨 등 3명의 창업고문 쪽으로 계열 분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창업고문은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의 조부인 고 구인회(具仁會) LG창업주의 동생들.

이와 함께 앞으로 지분정리를 통해 LG건설 LG유통 LG홈쇼핑 등은 허씨 일가 쪽으로 계열분리될 것으로 LG그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28일에도 허씨 일가는 LGEI와 LGCI가 보유하고 있던 LG건설 지분(980만주)을 사들였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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