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갈수록 줄어 불황 조짐…전망치 밑돈 3분기 성장률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8시 38분


경기침체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3·4분기(7∼9월) 경제성적표에 따르면 비록 수출 호조로 5%대 성장률을 이뤘다고는 해도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위축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앞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6%대와 내년 5%대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수출은 기본적으로 대외 변수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한계에 부닥친 내수 위주 성장모형〓당초 전망을 크게 밑도는 성장률은 민간소비 등 내수가 부진했던 탓이다. 내구재와 통신·오락문화 등 서비스 지출은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으나 음식료품과 PC·에어컨 등 내구재 지출이 둔화되면서 민간소비 전체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고정투자도 건설투자 부진으로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洪淳英) 상무는 “장마와 태풍 등 계절적 요인이 분명히 작용했지만 내수가 위축되는 추세는 틀림없다”면서 “지난해부터 성장을 뒷받침해온 내수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민간소비 부문의 거품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내수 위축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 임영록(林英鹿) 정책조정심의관은 “민간소비가 다소 둔화하고 설비투자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불안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가계대출 억제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이 언제까지 효자 노릇 할지…〓3·4분기 성장은 수출이 대부분 뒷받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유 및 석유제품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및 통신기기 가정용전기제품 컴퓨터 등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전체 수출은 21.7%나 급증했다.

조성종(趙成種)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4분기 수출이 호조를 보인데 이어 10월과 11월에는 20%대로 껑충 뛰어올랐다”며 “4·4분기엔 태풍 복구를 위한 추경예산 편성과 수출 증가 지속으로 6% 정도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일본의 경제가 불투명한데다 미국-이라크 전쟁 불안감에 따른 세계적 수요위축 등으로 현재의 수출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대외 변수에 의해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올해 6%대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 상무는 “수출이 성장을 받쳐주고 있지만 수출마저 부진에 빠지면 내수 위축과 함께 심각한 침체국면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민간소비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속도조절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심의관은 “현행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출과 투자를 집중 지원해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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