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무협회장 “FTA상대 멕시코가 적합”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7시 37분


“네덜란드가 유럽의 물류 중심지로 자리잡게 된 비결이 뭘까요. 무엇보다 통관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물건을 들이는 데 일주일이 걸리는 반면 네덜란드는 하루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한국무역협회 김재철(金在哲·사진) 회장은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무역클럽에서 무역의 날(30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과 같은 과도한 행정규제가 존재하는 한 외국인들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국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화 전략은 우리 경제의 생존전략”이라며 “하지만 특정계층의 눈앞의 이익이나 정부 부처 이기주의에 의해 본래 취지가 흐려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게 문제입니다. 장관도 국제회의에 가면 매번 명함만 돌리다 끝나죠. 반면 유럽이나 일본은 수십 년씩 한 사람이 전문성을 갖고 협상에 임합니다.”

김 회장은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작은 사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서 핵심 부품을 들여와야 하니 무역적자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식품이나 농수산물 수출로 이를 개선할 수 있는데 까다로운 위생규정 등 일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큰 협상에만 매달리지 말고 실질적으로 무역역조를 줄일 수 있는 작은 부분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그는 또 한국의 다음 자유무역협정(FTA) 상대로 싱가포르보다 인구 1억5000만명의 멕시코가 더 시급하다는 게 무역업계의 견해라고 전했다. 멕시코와 FTA를 맺을 경우 농산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면서도 중남미 거점시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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