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후계구도…항공·중공업·해운·금융으로 분리될 듯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5시 26분


조중훈(趙重勳)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한진그룹은 당분간 현재의 경영체제를 유지하다가 궁극적으로 4개의 그룹으로 분리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 회장의 아들 4형제는 그룹 계열사들을 항공 중공업(조선 및 건설) 해운 금융 등 4개의 소그룹으로 나눠 독자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장남인 조양호(趙亮鎬·53) 대한항공 회장이 그룹을 대표하고 그룹의 주요 현안에 대해 형제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지만 실상 1개의 그룹이라기보다 4개의 소그룹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조양호 대항항공 회장과 차남 조남호(趙南鎬·51) 한진중공업 부회장은 1999년, 3남 조수호(趙秀鎬·48) 한진해운 부회장과 4남 조정호(趙正鎬·44)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2000년 현재의 직위에 올랐지만 훨씬 전부터 각자의 분야에 뿌리를 내리고 '예정된 코스'를 거쳐왔다.

이처럼 내용상 분리돼 있을 뿐 아니라 조양호 회장 등 4형제가 적극적인 분리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진그룹의 분리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4형제가 계열분리를 하자는데 합의했다"면서 "조양호 회장의 지시에 따라 구조조정본부가 3월부터 실무준비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타이어가 효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진그룹이 4개로 완전 분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서로 지분을 복잡하게 보유하고 있어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 요건을 갖추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진중공업이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할 경우 본인과 계열사를 포함한 조양호 회장측이 한진해운측의 지분을 3% 미만(비상장사는 10%) 보유해야 하고, 조남호 회장측도 한진그룹측 지분을 3% 미만(비상장사는 15%) 보유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항공이 한진중공업의 지분을 20.9%, 한진중공업은 ㈜한진의 지분을 13.4%나 갖고 있다.

더구나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지분률을 낮춰야 하는 것 외에도 임원겸임 채무보증 자금대차 등의 관계도 해소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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