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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24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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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업무 중심의 ‘왕십리 뉴타운’이 조성되는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은 도심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온 곳이다. 60년대 이전에 지은 노후 주택과 소형 상가 2300여동이 난립해 있다. 반면 종로1가에서 불과 2.5㎞ 떨어져 있다는 입지 조건 때문에 개발 가능성이 어느 곳보다도 크다.
▽아파트 1300가구, 주상복합 4700가구〓지구 왼쪽은 난계로, 오른쪽은 무학로, 아래쪽은 왕십리길, 위쪽은 청계천로로 둘러싸여 있다. 또 지구 중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마장로가 놓여 있다.
면적은 9만8000여평. 이 가운데 무학로 쪽 2만5000평이 시범구역(1구역)이다. 난계로와 붙어 있는 곳이 2구역, 마장로 아래쪽은 3구역이다.
서울시는 1구역 토지는 모두 수용할 방침이다. 2, 3구역은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용 부지만 수용 대상이다. 보상비는 총 3678억원. 이는 도시개발공사가 추정한 토지보상비와 영업보상비를 합한 것이다. 상가 권리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허영 서울시 도시관리과장은 “보상비는 내년 3월 개발계획이 수립된 뒤 추가 실사를 해 재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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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구역에는 아파트 1300가구와 초등학교 1개교, 청계천과 닿는 수변공원 등이 들어선다. 아파트는 전용면적 12∼18평짜리 임대아파트 500가구와 30평형대 일반아파트 800가구로 구성된다. 일반인에게 돌아갈 몫은 거의 없다. 수용 대상지역 거주민에게 우선 입주권을 주기 때문. 2구역에는 정보기술(IT) 업체용 첨단산업빌딩과 아파트형 공장, 일반 판매시설 등이 주로 지어진다.
3구역은 30층 이상 주상복합아파트 4700가구가 들어선다. 이를 위해 일부 주거지를 상업용지나 준주거용지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상업용지는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하층을 뺀 건물 연면적)이 800%, 준주거지역은 400%까지 허용된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인들도 청약할 수 있다. 청약통장은 필요없다.
▽황학동까지 ‘스카이 브리지’〓서울시가 상왕십리를 뉴타운으로 정한 건 황학동 재개발구역과 연계한 대규모 상업지역을 염두에 둔 포석. 황학동은 난계로를 사이에 두고 상왕십리동과 마주보고 있다.
시는 황학동에 새로 들어서는 주상복합과 상왕십리 주상복합을 연결하는 지상 2층 높이의 공중보행통로(스카이 브리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동대문시장과 황학동 상왕십리가 연결되는 30만평 규모의 거대 상권(商圈)이 된다.
여기에 청계천 고가도로가 철거되고 보행자 도로가 개설되면 이 일대는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상업단지로 조성될 전망이다.
▽기대 반, 우려 반〓현지 주민들은 주거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생활터전을 잃을 것이라는 염려가 엇갈리고 있다.
이곳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조경순씨(62)는 “주변에 영세한 공장이 벌집처럼 들어서 있어서 공해가 심하고 주거환경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상태”라며 “서울시 계획대로 뉴타운이 조성되면 주거환경이 나아지고 땅값도 오를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임차상인들이나 상가 주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지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김행자씨(53·여)는 “상가 권리금은 보상 대상에서 빠져 있어 상인들이 큰 손해를 입게 된다”며 벌써부터 반발할 태세다.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박모씨(50)도 “재개발 기간에 공장을 돌릴 수 없는 만큼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걱정을 앞세웠다.
현재 이 지역의 20평형 이상 노후주택은 평당 400만원, 10평 이하는 평당 450만∼5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도로변 상가는 평당 1000만원 선이다. 공시지가는 노후주택이 평당 270만∼280만원, 도로변 상가는 600만원에 그친다.
▽뉴타운 2순위 숭인동 유력〓이번 뉴타운 개발계획은 시범사업 성격이 강하다. 시는 추가로 뉴타운을 지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 뉴타운 후보지 2순위로 숭인동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숭인동은 청계고가도로 북쪽에 있는 노후 주택지역이다.
시 관계자는 “상왕십리동과 황학동이 재개발되면 바로 위쪽에 있는 숭인동 재개발도 불가피하다”며 “특히 숭인동은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통과하는 교통 요충지여서 개발 잠재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라면 이렇게〓상왕십리동 일대의 상가나 토지 매입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매물이 들어갔고 매매도 끊긴 상태. 따라서 성급하게 투자에 나설 경우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서울시의 토지 및 상가 수용가가 낮게 책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파트도 분양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전 투자보다는 분양권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
5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다면 ‘왕십리 뉴타운’의 맞은 편에 위치한 황학동이나 숭인동 일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황학동 재개발 전망은…▼
‘왕십리 뉴타운’ 개발로 중구 황학동 재개발지구의 ‘슬픈 역사’가 끝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학지구는 난계로를 사이에 두고 상왕십리동과 마주보고 있는 노후 주택단지다. 1969년 건설된 삼일아파트 12개동(826가구)과 단독주택 422가구로 구성돼 있다.
삼일아파트는 서울시가 지은 최초의 시민아파트. 67년 청계고가도로를 짓기 위해 주변 판자촌을 철거하면서 주민 반발을 막기 위해 불하한 것이다. 1, 2층은 상가, 3∼7층은 주거용이다. 방 2칸에 화장실이 딸린 10평 규모 아파트다.
삼일아파트의 용도는 철거민 이주용만은 아니었다. 청계고가에서 내려다보이는 슬럼가를 숨기는 바리케이드 역할까지 했다.
개발시대의 산물이었던 이 아파트가 쇠락하게 된 건 84년부터. 당시 재개발지구로 지정됐지만 상가 소유자들과 아파트 입주민간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사업이 지연됐다.
우여곡절 끝에 93년 재개발을 시작했지만 시공사였던 동아건설이 부도나 공사가 중단됐다. 여기에 동대문에 현대식 상가가 들어서면서 기존 황학동 상권이 급격히 몰락하게 되는 비운까지 맞게 됐다.
이후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게 됐지만 조합원들 간에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폭력사태까지 빚어질 정도로 사업이 난항을 겪었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당장 삶터를 잃게 되는 임차인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다행히 최근 세입자 이주 계획 등이 일단락돼 현재 철거를 하고 있다.
롯데건설과 재개발조합은 이곳에 2005년까지 14∼45평형 주상복합아파트 1852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조합원분을 뺀 604가구는 내년 9월 일반에 분양된다.
김동권 롯데건설 이사는 “황학동과 왕십리 뉴타운이 연결되는 거대 상권이 형성될 전망이어서 그간 난항을 겪었던 재개발사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라고 말했다.
| 왕십리 뉴타운 개발계획 | ||
| 대상 지역 | 성동구 상왕십리동 440 일대 9만8181평 | |
| 현재 가구수와 인구 | 4275가구, 1만1800명 | |
| 건립 가구수와 수용 인구 | 6000가구, 2만1000명 | |
| 개발방향 | 상업·업무지역과 주거기능 조화 | |
| 세부 개발계획 | 1구역 | ·아파트 1300가구(분양용 800가구, 50년 임대용 500가구), 초등학교 1개교, 청계천변에 수변공원 건립·아파트는 1구역 거주자와 기반시설 용지로 땅을 수용당한 2, 3구역 거주자 우선 입주 |
| 2구역 | ·청계천변에 첨단산업빌딩(IT업체 유치), 아파트형 공장, 판매시설 조성·일부 주거지를 상업지역(용적률 800%)과 준주거지역(용적률 400%)으로 용도지역 변경 | |
| 3구역 | ·30층 이상 주상복합아파트 4700가구, 공원 조성·일부 주거지를 상업용지와 준주거용지로 용도지역 변경 | |
| 총사업비 | 5246억원(보상비 3678억원, 공사비 1568억원)보상비는 도시개발공사가 산정한 토지보상비와 영업보상비로 추가 실사 후재산정 | |
| 개발 일정 | 2003년 3월 개발계획 수립, 1구역은 2005년 개발 완료, 2·3구역은기반시설만 2006년까지 개발 완료 | |
| 교통시설 | 지구 중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 신설 | |
| 주변 연계시설 | 황학동 주상복합(건립 예정)과 3구역 주상복합을 연결하는공중보행통로(스카이 브리지) 개설 | |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