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대출 한광옥비서실장 지시

  • 입력 2002년 10월 4일 20시 22분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안철민기자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안철민기자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는 4일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대출해 준 것은 당시 한광옥(韓光玉) 대통령비서실장이 이근영(李瑾榮·현 금융감독위원장) 산업은행 총재에게 강력히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고 주장했다.

엄 전 총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산은 총재 취임 후 이 금감위원장을 찾아가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이 걱정된다’고 말하자 이 위원장이 ‘정상적인 대출로 보기는 어렵지만 상부의 강력한 지시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엄 전 총재는 “이 금감위원장은 ‘한광옥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화를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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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전 총재는 또 ‘청와대 경제장관회의에서 현대상선 대출문제를 공식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정부측 해명에 대해 “당시 청와대 경제장관회의 말미에 이 문제를 거론했으며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알았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엄 전 총재는 “당시 김충식(金忠植) 현대상선 사장이 ‘이 돈은 정부가 갚아야 한다’고 말해 이를 김보현(金保鉉) 국가정보원 3차장에게 전하자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다”며 “이후 김 사장을 여러 번 만났지만 더 이상 이의제기가 없었으며 현대상선이 상환 계획을 밝혀왔다”고 말해 청와대 회의 직후 정부측이 모종의 조치를 취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금감위원장은 “엄씨가 산은 총재에 취임한 후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상부의 지시를 얘기한 적은 없다”며 “그와 대질신문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광옥 전 실장도 보도자료를 통해 “전혀 사실무근이며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비서실장 당시 대북 정책과 관련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어느 은행에도 전화를 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압력설을 부인한 뒤 “모든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이날 정무위의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00년 4월8일 당시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장관이 중국 베이징에서 현대 관계자들과 함께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송호경 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 성사 대가로) 돈을 주기로 최종 합의했다”면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뒷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박 장관은 2001년 8월9일 요시다 다케시(吉田猛) 신일본산업 사장에게 금강산 육로관광과 관광특구 지정, 경의선 연결,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해결되면 2, 3개월 뒤 그 대가로 2300만달러(약 280억원)를 지원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은 김기만(金基萬) 공보수석실비서관을 통해 “2000년 가을 국회 통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증언한 바와 같이 베이징 회담 시 현대 관계자들은 배석하지 않았다”면서 “정 의원은 남북관계를 이용한 의혹 부풀리기식 공세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재경위 국감에서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의원은 “현대상선이 2000년 6월 산업은행 당좌대출 40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은 증권사를 통해 자금세탁을 했으며, 남북정상회담 발표가 있기 직전인 그 해 4월 산업은행 해외지점에서 3000만달러(약 390억원)를 인출해 정상회담 착수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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