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기업들 “금융사를 내품에”

  • 입력 2002년 9월 25일 17시 44분


금융업은 ‘황금의 땅’인가. 국내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금융업 확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에 이어 롯데는 25일 동양카드 인수 본계약을 맺었다. SK도 조만간 카드업에 진출할 예정.

▽금융업은 구조조정 성역〓롯데는 동양카드가 독점하던 ‘아멕스’ 브랜드사용권도 함께 인수키로 했으며 앞으로 아멕스 외에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발급할 계획이다. 롯데의 카드사업 진출도 주력업체인 롯데쇼핑과 롯데호텔 롯데월드 롯데리아 등 소비 관련 계열사들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7월에 전북은행과 각각 지분을 투자, 새로운 신용카드 회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놓고 금감위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K 관계자는 “1700만명에 이르는 이동통신(011) 고객과 2000만명이 넘는 OK캐시백(SK 주유소) 카드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SK로서는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카드사업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부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포기했지만 ‘종합금융그룹’ 변신을 그룹 청사진으로 그리고 있다. 금융 관계 계열사만 화재보험 생명보험 투신운용 등 6개.

현대자동차 그룹은 지난해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현대카드를 출범시키면서 기존의 현대캐피탈과 함께 금융 부문의 진용을 갖추고 있다.

금융업은 대기업들이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성역’ 대접을 받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정유를 현대에 팔아 넘기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해온 한화는 증권 투신 파이낸스 등 금융업종만은 끝내 지켰다.

타이어 사업부를 파는 등 필사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 금호 역시 생보사와 종금 등 금융업에만은 ‘칼’을 대지 않고 있다.

▽그룹 발전에 금융업 필요〓이 같은 흐름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유동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카드업 진출은 당장의 현금박스 역할을 할 수 있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룹의 장기적인 발전에 금융업이 필수적이라는 전략적 시각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성공 사례가 금융업을 확장하는 국내 대기업들에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본래 제조업 위주로 성장한 GE가 금융 부문을 키워 지금은 수익의 40%를 금융업에서 내고 있는 성공신화가 국내 기업들에는 이상적인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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