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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9월 5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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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프라이스(Mega Price)’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메가 프라이스 상품이란 기존의 최고가 상품들보다 두세 배에서 수십 배까지 비싼 초(超)고가 상품을 말한다.
▽어떤 상품들이 있나〓11일 국내에 수입되는 스웨덴 스포츠카 ‘쾨닉섹cc’는 예정 판매가가 10억원 안팎이다. 배기량 4700㏄에 최고 시속은 390㎞. 수입업체인 SNTG는 “정비가 필요하면 스웨덴 정비사가 직접 국내로 날아온다”고 밝혔다.
장난감 판매업체 ‘토이매니아몰’은 어린이 두 명이 탈 수 있는 2200만원짜리 장난감 자동차를 판매 중이다. 2.3마력 엔진을 달았으며 최고 시속 24㎞. 정동욱 사장은 “미국 업체가 주문량만큼만 수작업으로 만든다”며 “중동의 한 왕자가 사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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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의류업체 로로피아나코리아는 1500만원짜리 신사복을 팔고 있다. 국내 고객이 주문하면 이탈리아 본사의 특급디자이너들이 치수에 따라 맞춰서 국내로 보내준다.
프랑스 진(Jean) 브랜드 ‘마르테 프랑수아 저버’를 수입하는 유로물산은 올 가을 신상품으로 89만9000원짜리 청바지를 선보였다. 세계적인 크리스털업체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큐빅 100여개로 치장했고 단추는 백금으로 도금했다. 사이즈는 27, 28인치 두 종류밖에 없다.
▽누가 사나〓메가 프라이스 상품은 국민의 0.1%도 안 되는 사람들이 산다.
올 6월 미국 투자금융사 메릴린치가 발표한 ‘세계의 부(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백만장자(금융자산 100만달러, 원화로 11억9000여만원 이상) 수는 5만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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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김재문(金在文) 연구위원은 “경제성장에 따라 고소득층이 두터워지면서 그 안에서도 상·중·하로 나뉘고 있다”며 “일반인들도 명품을 쉽게 구입하면서 상-상류층들은 명품 이상의 특별한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메가 프라이스 상품들의 판매실적은 아직 신통찮다. 2200만원짜리 장난감 자동차는 한 대도 팔리지 않았고 1500만원짜리 신사복은 손에 꼽을 정도로만 팔렸다. 89만9000원짜리 청바지도 현재 단 한 벌만 판매됐다.
메가 프라이스 상품의 등장에는 ‘무절제한 낭비’와 소비의 다양화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유로물산 이금택(李錦澤) 이사는 “어차피 전 세계의 메가 프라이스 시장은 커지기 마련”이라며 “국내 기업도 고부가가치 상품의 제조 및 상품화 능력을 기르려면 어느 정도의 내수기반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