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제조업 ´한국 이탈´ 후유증 우려

  • 입력 2002년 8월 22일 18시 31분



국내 제조업체들이 투자처를 찾아 줄지어 해외로 나가는 바람에 국내 산업의 공동화(空洞化)가 빨라질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이 22일 국내 431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20%의 기업이 현재 해외투자를 하고 있으며 26%는 앞으로 해외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해외에 투자한 뒤 국내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겠다는 응답이 47%나 됐다. 반면 현상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이처럼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은 현지 시장 개척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요인도 크지만 국내의 불필요한 규제와 수출에 따른 통상마찰 등도 요인으로 지적됐다.

제조업체들의 ‘한국 탈출’이 이어지면 특히 고용이 줄어드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KIET는 진단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응답 기업 중 해외투자로 국내 고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저절로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한 곳이 66%나 되는 반면 현상 유지할 것이라는 회사는 25%에 불과했다.

또 과거에는 해외로 진출한 국내 업체들의 절반 이상이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해 일부 ‘유발효과’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줄어들 전망이다.

해외에 생산법인을 가진 업체들의 한국 내 부품조달 계획은 △‘늘린다’는 18%에 머문 반면 △‘줄인다’ 36% △현상유지 38% 등이었다. 반면 현지부품 조달에 대해서는 ‘늘린다’가 49%, ‘현상유지’ 44%, ‘줄인다’ 7% 등이었다.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하고 있거나 투자를 희망하는 지역은 중국이 34%로 가장 높고 아세안(25%) 북미(15%) 등의 순이었다.

해외진출 법인의 투자자금 조달은 모회사(48%)와 한국 내 차입(19%)이 대부분이었고 현지 한국계 은행 7% 등이어서 순수 현지조달은 13%에 불과했다.

박중구(朴重球) KIET 산업동향분석실장은 “해외투자가 늘면서 밖으로 나가는 기업들의 국내 생산과 고용이 꽤 줄었다”며 “그러나 해외투자가 한국 내에서 새로운 사업 분야의 성장을 앞당기고 해외법인으로부터 설비나 부품 등에 대한 신규 수요가 생겨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