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TV… 비데… 정수기… “렌털 서비스업 뜨네”

  • 입력 2002년 7월 17일 17시 25분


서울 중구 파이낸셜센터에 식당 5곳을 운영하는 ‘베넥스 인터내셔날’은 월드컵 기간이었던 6월 한 달간 40인치 이상 대형TV 3대를 임대했다. 총 임대비용은 1대 구입 가격의 반도 안 되는 320만원. 월드컵이 끝나면 TV시청을 원하는 손님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구입보다 임대를 선택했다. 이 회사는 6월 한 달간 평소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기간만큼 빌려쓰는 임대 서비스(렌털 서비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것보다 돈이 덜 드는 데다, 꼭 구입해 ‘소유’하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부 장미강(張美江·59)씨는 4월에 72만6000원짜리 비데를 매월 2만3000원의 렌털비를 내는 조건으로 빌렸다.

비데판매회사 직원이 정기적으로 찾아와 점검도 해준다. 임대기간은 5년이지만 3년 이상만 쓰면 사는 것보다 유리하다.

의사 주우준(朱尤浚·37)씨는 요즘 수입차 메르세데스 벤츠를 빌려 탄다. 자동차 리스회사에 매달 실제 구입액의 3%인 163만원만 내면 차값은 물론 세금, 보험, 정비까지 해결된다.

임대 소비자들이 늘면서 주요 사업방향을 판매에서 임대로 바꾸는 기업도 늘고 있다.

1998년 임대사업을 시작한 정수기업체 웅진코웨이는 올해 6월 임대 고객수가 127만명을 넘었다. 전체 사용자의 87%가 임대 고객. 휴대전화·무전기 겸용 단말기를 판매하는 KT파워텔도 3월 단말기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임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이 달부터 신설 공사현장에 임대 사무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아직 전국 사업장 중 10%에 불과하지만 대상을 더욱 확대할 예정.

하나증권도 지난달 전체 교체대상 컴퓨터 1000여대 중 500대를 임대 컴퓨터로 교체했다. 이오영 하나증권 전산지원팀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구입보다 임대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임대 서비스의 주요 수요처. 임대전문회사 이렌텍은 4월 민주당 전당대회장과 6월 지방선거 당시 이명박, 진념 후보 사무실 등에 컴퓨터 수십대를 빌려줬다. 이렌텍 정상호(鄭相胡) 사장은 “앞으로 10년 내에 한국에서도 전체 제품 사용 가운데 임대사용 비율이 10%이상을 넘어서고 시장규모가 연간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웅진코웨이 정수기 임대 고객수
연도19981999200020012002.6
임대 고객4만명20만명50만명80만명127만명
자료:웅진코웨이

임대업체 이렌텍의 매출추이
 2000년말2001년말2002년5월말
임대대수53014502000
매출액59억3700만원113원5100만원68억9600만원
자료:이렌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