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벤처 신화’ 메디슨 매각 급물살

  • 입력 2002년 7월 3일 19시 08분


벤처업계의 ‘신화(神話)’였던 메디슨의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메디슨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주간사인 영화회계법인과 한누리증권은 19일 최종 인수제안서를 접수하고 30일까지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세계적 의료기기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모색하겠다던 메디슨의 희망은 무산될 전망이다. 메디슨은 1월 말 부도가 났으며 3월 8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최근 방한한 독일 지멘스의 하인리히 폰 피어러 회장은 메디슨 인수를 위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 미국의 GE,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 다른 해외 기업과 국내 대기업 및 투신사 등도 인수 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슨 측은 “투자유치 여건이 맞지 않으면 독자 생존을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정관리를 결정한 춘천지방법원은 “부채가 많아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985년 설립된 메디슨은 국내 처음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개발해 불과 몇 년 만에 국내 최대 의료장비업체로 떠올랐다. 한때 국내 초음파 시장의 40%, 미국 시장의 5%를 차지하는 개가도 올렸다. 그러나 1999년 ‘한글과 컴퓨터’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본업을 벗어나 국내외 여러 벤처기업에 투자하다 자금난을 겪었다.

메디슨은 부도 후에도 필립스와 공동으로 3차원 동영상 진단기 ‘HD1400’을 개발하고, 최고급 초음파 진단기 시연회를 여는 등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재기 노력을 해왔다.

창립 멤버인 이승우(李承雨) 사장은 “메디슨은 의료기기 분야에서 한국을 ‘기술 식민지’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 선진국’으로 이끌었다”면서 ‘자력갱생’ 의지를 강하게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세는 매각 쪽으로 기울어 메디슨의 기술은 창업 초기의 ‘벤처정신’과 함께 대기업에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민화(李珉和) 전 메디슨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 의료벤처연구소에서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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