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기업 리더들<35>]“명성 되찾자” 군살빼기 한창 건설업계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39분


《건설업은 1960∼90년대 초반까지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였다. 70년대와 80년대 석유파동으로 전세계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릴 때에는 중동의 불볕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오일 머니’를 벌어들여 한국 경제를 살려낸 구세주이기도 하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지는 아픔을 겪었다. 이때의 상처는 아직도 다 치유되지 않았다. 게다가 디지털경제 시대로 접어들고 ‘건설업은 낙후산업’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체질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다행히 중간 단계에 있는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노력은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는 중동의 모래바람과 밀림의 오지에서 불굴의 의지로 일한 경영진들의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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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영 사장 중심 과거위용 회복▼

심현영 사장

▽영원한 맏형 ‘현대건설’〓현대건설의 역사는 한국의 건설사(建設史)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업체의 서열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시공능력 평가에서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의 한가운데 놓이면서 경영난에 몰리고 부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모태이면서도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반세기가 넘는 역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올 3월12억달러가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공사를 따내며 재기의 신호탄을 올렸으며 7월부터는 신용등급 등 비(非)재무적 요인이 수주에 적용됨에 따라 공공공사 수주력도 회복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재기는 ‘현대맨’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 중심에 심현영(沈鉉榮) 사장이 있다. 그는 63년 신입사원으로 입사, 계열사를 거친 후 96년 사장에 취임, 2001년 5월 다시 사장에 취임하는 등 현대건설에만 3번이나 입사한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회계 분야의 실무경험이 풍부한 재무통이지만 플랜트나 건축 등 기술분야에서도 전문 엔지니어 못지 않은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공영호(孔泳鎬) 조충홍(趙忠弘) 차인환(車寅煥) 김홍도(金洪道) 장동국(張東國) 김창헌(金昌憲) 임건우(林健旴) 등 7명의 부사장도 현대건설의 르네상스를 이끄는 주역들이다.

▼남상국-정종득 사장 재기꿈 일궈▼

왼쪽부터 남상국 사장, 김석준 회장, 정종득 사장

▽부활하는 업체들〓외환위기 이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처했지만 재기의 꿈을 이뤄가는 업체들도 있다.

특히 대우건설은 워크아웃 건설업체 중 가장 활발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남상국(南相國) 사장과 영업을 전담하는 이정구(李禎久) 사장의 쌍두마차 체제로 운영된다.

남 사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현장관리형’으로 경영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외국인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

벽산건설은 오너인 김희철(金熙喆)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정종득(丁鍾得) 사장의 팀워크로 성공적인 경영 성과를 올리고 있다. 워크아웃 자율추진기업으로 지정돼 올 3·4분기(7∼9월)에는 워크아웃 졸업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 사장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재무 관리에 밝다.

쌍용건설은 오너인 김석준(金錫俊) 회장이 경영 전반을 직접 챙기며 워크아웃 졸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회장을 뒷받침하는 실무 경영진으로 최장식(崔長植) 전무와 정윤영(丁允榮) 전무가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건축과 토목 분야의 전문 엔지니어 출신이다.

▼손정무-이필승 사장등 내실 다져▼

왼쪽부터 손정무 사장, 이필승 사장

▽전통의 명가들〓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튀지 않는다는 경영 방침으로 일반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삼환기업. 현대건설과 함께 한국 건설업의 개척자에 해당하지만 오너인 최용권(崔用權) 회장의 뜻에 따라 내실 쌓기에만 전력한다. 손정무(孫正茂) 사장과 노정량(盧政亮) 부사장은 모두 대학시절 건축학을 전공한 베테랑 엔지니어들이다.

1954년 설립된 풍림산업은 오너인 이필웅(李弼雄) 회장과 셋째 동생인 필승(弼承)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덕완(金德完) 서정석(徐正晳) 문희량(文熙亮) 등 3명의 부사장이 실무를 보좌한다.

▼박득표-이중근 회장 급신장 주역▼

왼쪽부터 박득표 회장, 변탁 사장, 이중근 회장

▽새로운 강자들〓외환위기라는 태풍에도 끄떡하지 않고 뿌리를 깊이 내린 건설업계의 새로운 강자들도 있다. 포스코건설, 태영, 부영 등이 대표적이다.

94년 설립돼 7년만에 도급순위 10위권에 머물 정도로 급성장한 포스코건설은 박득표(朴得杓) 회장과 고학봉(高學峰) 사장이 이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포스코(옛 포철) 출신으로 관리 전문가들.

SBS방송의 최대주주인 태영은 윤세영(尹世榮) 회장과 처남매부 사이인 변탁(卞鐸) 사장이 경영하며 수직상승한 기업. 변 사장은 친화력으로 직원들을 이끄는 덕장 스타일이다.

83년 설립된 부영은 임대주택 전문건설업체로 입지를 다지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러한 급성장은 오너인 이중근(李重根) 회장과 엔지니어 출신인 이남형(李南炯) 사장의 합작품이라는 평가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주요 건설업체 경영진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현대건설사장심현영63선린상고, 중앙대 상학경기 김포
부사장공영호64광주제일고, 서울대 토목공학전남 장성
부사장조충홍59용산고, 한양대 건축공학서울
부사장차인환59대전공고, 서울대 기계공학대전
부사장김홍도62조선사대부고, 인하대 전기공학강원 철원
부사장장동국58춘천고, 서강대 경제학경기 가평
부사장김창헌60경기고, 미국 켄터키주립대 경제학서울
부사장임건우59광주제일고, 한양대 토목공학광주
대우건설사장남상국58경기고, 서울대 공업교육충남 아산
사장이정구60광주제일고, 서울대 전기공학광주
부사장김방태61경기고, 서울대 건축공학서울
부사장최 훈57경기고, 서울대 토목공학서울
부사장류철호54경기고, 서울대 토목공학서울
쌍용건설회장김석준50대광고, 고려대 경영학대구
전무최장식51청주고, 연세대 건축공학충북 음성
전무정윤영53제물포고, 서울대 토목공학인천
포스코건설회장박득표67부산상고, 부산대 상학부산 동래
사장고학봉61부산고, 서울대 행정학평남 안주
부사장이장오58대전공고, 인하대 토목공학대전
부사장김동식57경북대사대부고, 서울대 토목공학경북 의성
부사장조용경51경기고, 서울대 법학경북 영주
부사장신석규59경주고, 영남대 건축학경북 영주
부사장박춘택58동아고, 부산대 법학경남 고성
벽산건설회장김희철65경기고, 미국 퍼듀대 기계공학서울
사장정종득61목포고, 서울대 상학전남 목포
풍림산업회장이필웅57경복고, 한국외대 영어학서울
사장이필승52중앙고, 단국대 무역학서울
태영회장윤세영66서울고, 서울대 법학서울
사장변 탁64경동고, 단국대 상과경북 문경
삼환기업회장최용권52경기고,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서울
사장손정무60동래고, 한양대 건축공학평북 강계
부영회장이중근61서울 상지고, 건국대 정치외교학전남 순천
사장이남형58나주고, 조선대 공과대전남 나주
2001년 건설시공능력평가 25위 이내 업체 중 그룹 계열건설사를 제외한 건설전문기업만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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