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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0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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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된 관람권은 총 24만장, 티켓 수입은 190억원이 넘고 한국어 CD음반(2장, 2만8000원)도 2만여장이 팔렸다.
장기간의 시장분석과 대규모 투자, 전문기획사의 마케팅으로 이룬 ‘비즈니스적’ 성공이라는 점에서 무대공연이 산업으로 자리잡았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형 공연, 성공했다〓2000년 국내 뮤지컬 시장 규모는 약 140억원. ‘오페라의 유령’은 7개월간 공연으로 2000년 연간 뮤지컬 시장 규모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다.
‘오페라의 유령’의 한국 공연은 영국의 뮤지컬 기획사인 ‘RUG’와 오리온그룹 계열의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제미로’가 공동 기획했다. 초대권이나 할인권이 없고 티켓 값이 평균 8만원이나 하는데도 93%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보였다.
뮤지컬 시장이 커진 데는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95년 초연을 한 명성황후의 국내 공연 횟수는 약 300회, 관람객 연인원은 50만명에 이른다.
공연기획사 ‘에이콤’은 주연배우 오디션, 해외진출, 정교한 무대설계 등으로 화제를 만들면서 95년 5만명 수준이던 국내 뮤지컬 인구를 2000년 30만명으로 늘리는 데 일조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은 마케팅의 성공이기도 하다. 경비를 줄여 수익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대대적인 투자 후 마케팅을 통해 이익을 거두는 전략을 택한 것. 광고비만 20억원을 들였다. 모든 이벤트와 광고는 전문조사기관의 시장조사와 마케팅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 120억원의 제작비를 기업의 ‘후원금’이 아니라 산은캐피탈 등의 투자 유치로 충당한 점도 비즈니스적 면모를 보여준다.
97년 10월 초연 이후 현재까지 97만명이 관람한 비(非)언어 퍼포먼스 ‘난타’의 성공 사례도 비슷하다. 개런티를 받고 수출한 국가가 14개국, 92개 도시에 이른다.
▽인적 자원과 인프라는 미약〓공연산업의 형성을 논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대형 공연은 무대 설치비용이 많이 들어 장기 공연이 유리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LG아트센터를 더 이상 빌릴 수 없어 이달 말 공연을 접는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도 2주 이상 대관하기가 쉽지 않다.
주요 ‘생산요소’인 배우층이 얇은 것도 문제. ‘오페라의 유령’은 8차 오디션까지 유령역을 뽑지 못해 미국 배우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공연에 올리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에이콤의 송경옥 실장은 “오디션을 하면 지원자는 구름같이 모여들지만 훈련된 사람은 없다”고 털어놨다.
제미로의 최영환 부장은 “몇몇 뮤지컬의 성공은 공연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무대와 의상 제작업체 등 협력업체, 공연기획사, 음반 등 파생상품이 산업군으로 형성되려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