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 보약될수도 있다”

  • 입력 2002년 6월 5일 18시 52분


최근 원화가치 강세(원화환율 하락)가 한국경제에 ‘보약’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도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사석에선 ‘환율 하락세는 긍정적’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한국은행 외환시장팀 관계자는 5일 “원화의 움직임만 볼 것이 아니라 달러화의 하락세를 살펴야 최근 흐름이 제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달러화 약세가 시작됐고 이에 따라 원화는 물론 각국 통화가 모두 강세로 돌아섰다는 것. 원화가 연초 대비 7.66%나 값이 올랐지만 비슷한 경제회복세를 보이는 호주달러 가치는 12.1%나 상승했다.

▽환율 낮아도 버틴다〓환율 하락을 우려하는 기업들은 ‘수출여건이 악화돼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 평균환율이 1131∼1189원으로 지금보다도 낮았던 1999년과 2000년에 한국경제는 모두 367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올렸다.

올 들어 1월1일부터 6월4일까지 평균환율은 1306.23원. 삼성물산(1150원) LG상사(1250원) 삼성전자(1150원) SK(1280원) 현대자동차(1150원) 포스코(1260원) 등 대부분의 대기업은 연초에 이보다 낮은 환율을 기초로 사업계획을 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원화가 엔화와 동반 상승세를 보이는 한 큰 문제는 없다”면서 “다만 가격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중소기업들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긍정적 효과〓달러로 연료를 구입해 영업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항공사 등은 최근 상황이 더 좋다. 상당수 기업에는 원화강세가 수입원자재값을 떨어뜨려 투자를 부추기는 효과도 가져온다.

올 3월말 기준 한국의 총외채는 1195억달러. 이 중 국내금융기관과 민간부문의 외채가 각각 305억, 558억달러로 빚부담 역시 가벼워진다.

원화강세는 무엇보다도 물가안정에 기여한다. 국제원자재의 수입물가를 낮추기 때문이다. 5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현 수준(4.25%)으로 묶은 것도 원화강세로 물가상승 압력이 줄어든 덕택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경제회복세를 반영한다면 환율은 작년 말부터 하락세로 돌아서야 했다”며 “환율하락은 한계기업을 퇴출시켜 장기성장의 토대를 다진다”고 강조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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