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한국 16강? NO!"…해외재보험업체들 긴장

  • 입력 2002년 5월 28일 18시 19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실력이 최근 크게 좋아지면서 해외 재보험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팀이 당초 예상과 달리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70억원대의 ‘보험사고’를 당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국내 기업은 우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서 골을 터뜨리거나 16강에 진출할 경우 고객에게 각종 경품과 거액의 상금을 지급키로 하고 만약을 대비해 국내 보험에 가입해 있다.

또 국내 손해보험 업체들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대부분 해외 업체에 재보험을 들어 놓았다.

결국 월드컵 이벤트를 실시 중인 기업들과 국내 손해보험 업계는 마음 편히 국가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게 됐지만 해외 재보험사들은 한국대표팀의 상대팀을 열심히 응원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

최근 한국대표팀이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는 잉글랜드와 프랑스 대표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재보험사들이 ‘사고’를 당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한국팀의 16강 진출 확률이 8∼10%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올 초 30%대에서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식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은 현재 20여개의 기업과 보험 계약을 했는데 평균 40%대의 보험료율을 적용했다.

보험료를 기준으로는 31억원을 판매했으며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포함해 업체가 내건 모든 조건이 충족될 경우 79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중 75억원 이상은 해외 재보험사가 부담해야 된다.

하지만 최근 판매되는 상품은 보험료율이 55%까지 치솟아 기업들의 추가적인 보험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한국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져 사실상 보험상품으로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대해상 김재갑 과장은 “한국팀의 실력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월드컵 이벤트 보험 상품의 판매가 당초 기대보다 크게 못 미쳤다”며 “그나마 판매한 보험상품의 95% 이상을 재보험에 가입해 둔 것이 큰 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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