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조정 실패로 D램값 폭락

  • 입력 2002년 5월 9일 15시 37분


세계 반도체 D램 업계에 또 다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D램 사업 포기와 하이닉스반도체의 메모리 사업 매각 추진 등으로 한껏 부풀었던 구조조정의 기대감은 사그러들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D램 가격 폭락세 심상찮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아시아현물시장에서 128메가SD램(PC 133)의 가격은 9일 현재 개당 평균 2.35달러까지 떨어졌다. 3월초 최고가인 4.38달러에 비하면 무려 46.3%나 폭락한 것.

교보증권 김영준(金泳埈) 책임연구원은 "기대했던 PC 교체수요가 2·4분기에도 살아나지 못하면서 D램 가수요가 진정됐고 PC업체들은 D램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요 D램 생산업체의 재고가 통상 4주일 분에서 6주일 분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출하량을 늘리는 것도 시장 압박요인으로 꼽힌다. 메리츠증권 최석포(崔錫布) 연구위원은 "재고부담이 많은 마이크론 등이 저가 공세를 펴고 있어 128메가SD램 가격이 2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현물가격 하락은 곧바로 고정거래가에 악영향을 준다. 한때 개당 평균 4.5달러 이상에 거래되던 128메가SD램 고정거래가는 현재 4달러 이하로 하락했다.

▽하반기 수요 진작에 희망을 건다〓D램 업계는 공급과잉 문제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리라는 기대를 접었다. 하이닉스 매각이 불발로 그쳤고 중국의 D램 사업 투자규모도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의 라인 업그레이드로 더블데이터레이트(DDR) 제품의 생산량이 늘고 있고 삼성전자의 300㎜ 라인도 점차 수율(收率)이 높아져 D램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공급과잉 탓에 경쟁사를 죽이기 위한 'D램 전쟁'이 또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도 점차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기대를 걸 곳은 수요증가밖에 없다는 분석. 메리츠증권 최 연구위원은 "개인용 PC수요는 7월말 경에, 기업용 대형PC 수요는 연말경에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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