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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31일 2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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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박인순(朴仁淳·58) 사장은 “26년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좋아하는 과목에서는 A를 받고 싫어하는 과목은 F를 받은 학생이 전과목 A학점을 받은 사람보다 더 창의적이고 잠재력이 크다”며 “큰일을 해내는 사원들 가운데 모범생은 거의 없어 안 뽑는다”고 말했다.
100과 0점을 함께 받은 직원은 100점짜리 일을 해낼 가능성이 있지만 전과목 평균 80점짜리 직원은 100점짜리 일을 못한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이런 창의력을 북돋우는 경영으로 전 세계 36명의 현지법인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영국 본사가 수여하는 최고 경영대상을 세 번이나 받았다.
규모가 크든 작든 기업들은 최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핵심 요인이라고 보고 갖가지 참신한 제도들을 시도하고 있다.
제일제당은 자율복장, 자율출퇴근시간제는 기본이고 2000년부터 3년째 대졸 신입사원 연수기간 8주 중 6주를 ‘실무 체험학습’으로 진행하고 있다. 76명의 신입사원이 15개의 팀으로 나뉘어 직접 제품을 기획 생산하고 판매 마케팅 계획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가끔 ‘간 큰’ 신입사원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데 지난해에는 외식업체 스카이락의 ‘사계절피자’, 애견사료를 하루 단위 양만큼 정량화해 강아지의 비만을 막을 수 있는 ‘제로니모’가 실제 제품에 반영됐다.
광고대행사는 창의성이 생명.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 제일기획은 매년 정기적으로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등 제작요원들을 대상으로 무박 2일의 ‘브레인 쇼크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예를 들면 “1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 100가지를 제안하라”든가 “동그라미를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100가지를 내라”든가 하는 숙제를 주고 밤새 고민하도록 만든다. 가끔 여기서 ‘대박성’ 아이디어가 나와 당사자가 해외연수 등 포상을 받기도 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전세계 120개국 5000여개 매장에서 매년 1억벌 이상의 옷을 판매하고 있는 베네통의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67)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은 없다. 다만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성공 비결은 단 하나 ‘자유로운 발상’이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