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⑥]‘1등 LG’를 향한 주역들

  • 입력 2002년 3월 6일 18시 09분


구본무 LG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월 7일 한 계열사의 새 회사명 선포식에 참석해 주요 경영진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구본무 LG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월 7일 한 계열사의 새 회사명 선포식에 참석해 주요 경영진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구본무(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요즘 크고 작은 모임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1등 경영’이란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10분 남짓한 짤막한 올해 신년사에서는 ‘1등’이란 단어를 무려 13번이나 사용했다. ‘도전정신’ ‘승부근성’ 같은 공격적인 단어들도 강조됐다.

창업 이후 줄곧 ‘인화(인화)’를 최고의 덕목으로 꼽아 그룹연수원의 이름마저 ‘인화원’으로 지은 LG그룹으로서는 놀라운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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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최고경영진의 배치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나타나고 있다. 성과를 바탕으로 ‘1등 LG’를 달성할 수 있는 경영진을 중용(중용)하는 인사원칙이 뚜렷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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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은 경영승계를 둘러싼 대주주 집안 내 불협화음이 없이 후계체제를 확립했다. 더구나 1995년 부친인 구자경(具滋暻) 명예회장이 허준구(許準九) 구태회(具泰會) 구평회(具平會) 허신구(許愼九) 구두회(具斗會) 창업고문 등 원로 경영인들과 동반 퇴진해 구 회장에게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구자학(具滋學) 이헌조(李憲祖) 변규칠(卞圭七) 고문 등도 경영 일선에서 한발짝 물러났다.

현재 그룹 경영의 큰 그림은 구 회장을 정점(頂點)으로 해 허씨 가문의 ‘좌장(座長)’격으로 그룹 내 서열 2위인 허창수(許昌秀) LG전선회장, 구자홍(具滋洪) LG전자 부회장, 성재갑(成在甲) LG CI 부회장, 강유식(姜庾植)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이 그려나가고 있다. 이들 모두 보수와 안정의 이미지를 벗고 도전과 ‘1등’으로 나가야 한다는 데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뚝심으로 경이적 성과▼

▽1등 만들기에 성공한 CEO〓구 회장은 올해 최고경영자(CEO) 신년모임에서 “발상과 태도를 송두리째 바꿔 경쟁자보다 훨씬 도전적인 목표와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방식으로 승부하자”고 주문했다. 이 기준에서 가장 성공한 경영자로는 이헌출(李憲出) LG카드 사장, 최영재(崔永載) LG홈쇼핑 사장, 노용악(盧庸岳)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부회장이 꼽힌다.

이 사장은 줄곧 회장실에서 근무하다 황무지를 개척한다는 각오로 97년 LG카드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취임 당시만 해도 LG카드는 업계 5위. 구 회장은 이 사장의 승부사적 기질을 믿고 맡겼다. 98년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경쟁회사를 모두 제치고 2년 만인 2000년 LG카드를 업계 1위에 올렸다. 구 회장은 공개적으로 “이 사장을 본받아라. 1등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직원들을 독려해 일하니 1등 하지 않는가”라며 밀어주고 있다.

최 사장은 LG홈쇼핑이 중소기업인 삼구쇼핑에 밀려 그룹 전체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던 97년 말에 취임했다. 이후 연평균 90% 이상 성장을 거듭, 확고한 1위로 자리잡았다. 그룹의 명예를 회복하라는 특명에 보답한 셈. 최 사장은 LG화학에서 업계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화장품 치약 샴푸 등 생필품 판매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

노 부회장은 외국기업이 좀처럼 성공하기 어렵다는 중국시장에서 LG브랜드를 심은 주역이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모든 기업 가운데 TV해외수출 1위, 중국 내수 시장에서 CD롬 드라이브 1위, 전자레인지 2위의 놀라운 실적을 올렸다. 탤런트 노주현씨의 친형이다.

▼금융-정보통신 바짝 추격▼

▽도전적 CEO의 전진배치〓지난해 초 LG그룹은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IMT-2000사업자 선정에 비동기식으로 신청했다가 탈락한 뒤 동기식 사업자로 재신청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이때 남용(南鏞) LG텔레콤사장은 동기식 사업의 사업전망성을 회장단에 강하게 피력했다. 회장단은 돌파력이 강한 경영인으로 평가받던 남 사장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사업에 동참키로 했다. LG텔레콤은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통상산업부 차관 출신인 박운서(朴雲緖) 데이콤 부회장은 지난해 초 시장 침체와 노사파업으로 경영위기에 처해 있던 때에 해결사로 부임했다. ‘타이거 박’이란 별명답게 강력한 추진력으로 구조조정을 단행, 데이콤 회생의 발판을 만들었다. 1년에 1000억원에 육박했던 적자장부를 올해부터는 흑자로 돌린다는 목표다.

금융은 정보통신과 함께 미래형 산업으로 LG그룹의 장기비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업종.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인 서경석(徐京錫) LG투자증권 사장은 현장경영을 내세우며 취임 후 6개월 동안 전국 120여개 지점을 모두 찾아다니는 뚝심을 발휘했다. 적자에서 흑자전환은 물론시장점유율이 5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고 1위업체를 바짝 추격중이다.

▼화학-가전 선두 지켜▼

▽굳건한 수성(守成)에 성공한 CEO〓LG그룹에서 해당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분야는 가업이나 다름없는 치약 바닥재 등 생활·화학품목과 냉장고 등 ‘백색가전’. 이 부문에는 LG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에까지 오른 노련한 CEO들이 포진해 있다.

노기호(盧岐鎬) LG화학 사장은 1등에 만족하지 않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일부 사업은 아예 포기하겠다고 ‘공약’할 정도. 3년 후인 2005년까지는 매출과 경상이익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김쌍수(金雙秀)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 사장은 사양산업으로까지 평가받던 백색가전에 디지털을 접목, 그룹 내 ‘캐시 카우(cash cow)’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에어컨시장 세계 판매 1위 등 해외에서도 1등 굳히기에 한창이다. 이 사장과 함께 그룹 내에서 ‘1등 LG’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CEO다.

조명재(趙明載) LG생활건강 사장은 생활용품 영업통. 소비재인 제품 성격상 국내외 업체사이에 치열한 경쟁을 치러왔다. 97년 LG화학에서 분리된 생활건강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적자를 내던 사업부문을 모두 흑자로 돌려놓은 기록을 갖고 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1등 LG전략을 이끄는 주요 최고경영자
회사현재 직위이름 나이학력출신지
LGCI부회장성재갑64진주고, 부산대 화학공학경남 의령
LG화학사장노기호55보성고, 한양대 화학공학서울
LG생활건강사장조명재57서울고, 서울대 경영학충북 괴산
LG칼텍스정유부회장허동수59보성고, 연세대 화학공학경남 진주
LG전자부회장구자홍56경기고,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경남 진주
LG전자부회장노용악62배재고, 연세대 경영학충북 보은
LG전자사장김쌍수57성의종고, 한양대 기계공학경북 김천
LG필립스LCD사장구본준51경복고, 서울대 계산통계학부산
LG텔레콤사장남용54경동고, 서울대 경제학경북 울진
데이콤부회장박운서63계성고, 서울대 외교학경북 의성
LG투자증권사장서경석55경남고, 서울대 법학부산
LG카드사장이헌출54용산고, 서울대 경영학경남 창녕
LG홈쇼핑사장최영재60마산상고, 한양대 화학공학경남 고성
구조조정본부장강유식54청주고, 서울대 경영학충북 청주

구본무 회장과 허창수 LG전선 회장은 제외.

자료: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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