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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21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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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많다. 종업원이 고기를 뒤집고 잘라주기 위해 내내 테이블을 들여다봐야 한다. 조리 비법은 감으로, 손맛으로, ‘며느리도 모르게’ 이어진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한식 ‘프랜차이즈’의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손맛을 표준화 계량화하고, 한식 요리법을 응용한 간단 요리를 개발한 덕분이다. 한식 외식업이 로열티를 받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손맛을 표준화〓23일 서울 중랑구에 100호점을 여는 ‘닭 익는 마을’은 모든 메뉴를 10분 안에 조리할 수 있도록 조리법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탕 찜 구이 쌈 볶음 등을 응용해 다양한 메뉴로 개발했다. 안동찜닭체인점 ‘봉추찜닭’도 2곳에 식재료 가공센터를 두고 1마리분씩 재료를 포장해 가맹점에 납품하고 있다. 봉추찜닭은 현재 47개의 체인점을 운영 중이다.
300여개의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놀부’는 충북 음성군에 중앙 식재료공장을 두고 있다. 김치제조설비 육수냉동설비 저온창고설비 등을 갖추고 보쌈 부대찌개 오리구이 시골상차림 등 메뉴별로 1차 가공한 식재료를 전국 체인점에 배송한다.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각각 양념을 다르게 배합해 김치를 만들어보고 돼지고기를 삼베로 싸서 삶기도 하고 생강을 넣고 삶기도 하면서 일일이 기록했다.
놀부는 새 메뉴가 프랜차이즈에 적합한 지를 알아보기 위해 가맹점 모집 전에 6개월간 시범 점포를 운영해본다. 91년 선보인 ‘돌쇠네 칼국수’는 식재료를 공급하기 어려워 사업을 접었다. 94년 문을 열었던 ‘김밥 천국’도 김밥의 핵심재료인 ‘밥’을 일괄 공급하기 힘들고 다른 김밥 업체와 맛을 차별화하기 어려워 확장하지 않았다.
▽우리 브랜드로 로열티 받는다〓‘닭 익는 마을’은 국내에서의 프랜차이즈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5월 중국 베이징에 해외 점포를 연다. 초기 로열티로 40만달러, 이후 매출액의 2.5%씩을 로열티로 받는다.
놀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말레이시아에 한식집 ‘놀부레스토랑’을 열었다. 현지 종업원과의 언어장벽, 현지인의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해외 영업경험 부재 등으로 영업권을 매각한 상태지만 같은 상호와 메뉴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 중국 등 해외진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