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LG 지주회사 편입 추진…'선단경영' 청산 기대

  • 입력 2001년 12월 9일 18시 45분



LG가 추진 중인 ‘지주회사 전환 프로젝트’가 한국 재벌의 그룹식 경영을 대체할 대안이 될지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LG는 화학 및 전자부문의 지주회사인 LG CI와 LG EI 산하에 관련 계열사를 편입시킨 뒤 2003년까지 금융업종을 뺀 모든 계열사를 그룹의 단일 지주회사인 LG홀딩스(가칭) 산하로 묶을 계획.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 계열사 간 순환출자가 봉쇄되고 자회사마다 독립경영이 보장돼 한 계열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번지는 ‘선단(船團)식’ 경영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LG 측은 설명한다.

참여연대도 “계열사 간의 자의적인 거래를 제약하는 효과가 있어 재벌경영의 불투명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일단 호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LG의 지주회사 프로젝트〓LG화학은 올 4월 지주회사인 LG CI와 화학, 생활건강 등 3개사로 분할됐다. 또 다른 주력업종인 전자도 자회사의 출자지분 관리를 전담하는 지주회사 LG EI와 사업 자회사인 LG전자로 나누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부채비율을 100% 이내로 유지해야 하고 상장 등록기업을 자회사로 두려면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LG는 이에 따라 LG EI의 부채비율을 52%로 낮추는 한편 LG텔레콤 LG산전 데이콤 등의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높여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LG CI도 LG홈쇼핑을 추가 편입하기 위해 이 회사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섰다.

LG는 지주회사 편입대상이 아닌 금융 계열사를 빼고는 모두 지주회사로 묶을 방침이지만 오너 일가의 재산분할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적은 1, 2개 업체는 매각 또는 계열분리 등을 통해 그룹에서 떼낼 가능성도 있다. 일부 계열사는 자신들이 어느 쪽에 해당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점 많지만 경계 시각도〓전문가들은 지주회사의 장점으로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의 역할분담이 분명해지고 △자회사 간 자금지원 통로가 차단되며 △대주주가 차입을 통해 소유권을 확장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 등을 꼽는다.

구본무(具本茂) 회장의 경우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하는 대신 지주회사의 대주주 자격으로 자회사 경영실적을 관리하고 추가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LG가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지주회사제를 도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아 대주주가 법정 지분율을 확보하기 쉽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전자 등 주력사 주식이 워낙 비싸 지주회사로 전환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LG EI처럼 지주회사 부채비율을 너무 낮추면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대주주가 법정 부채비율까지 추가로 돈을 빌려 지분율을 높이는 데 쓰지는 않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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