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성 다하니 소비자도 호응"…빙그레 정수용 사장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9시 05분


“가끔 ‘내 맘을 몰라줘’ 야속할 때가 있죠. 허허.”

빙그레의 정수용(鄭秀溶·51·사진)사장이 ‘짝사랑하는 사람’ 같은 말을 꺼낸다.

“98년부터 원가를 80%나 더 들여가면서 환경친화적인 종이용기로 컵라면을 만드는 데 컵라면 고를 때 용기소재까지 보고 사진 않잖아요. 아이스크림도 지나치게 달지 않고 건강에 좋게 만들면 정작 소비자인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마음이 통하려면 더 간절히 짝사랑하는 수밖에…. 빙그레는 지난해 10월 정 사장이 취임하면서 품목의 집중화와 고급화로 방침을 정했다. 취임 1년간 경영성적은 ‘수’라는 평가.

우유와 아이스크림에 집중하기 위해 ‘선메리’ 베이커리를 삼립에 매각했고 고급우유 ‘5N’,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투게더 클래스’를 내놨다. 라면사업도 3, 4개의 핵심제품만 남기기 위해 컨설팅업체와 협의중이다. 5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도 도입했다. 올 회계연도(2000년10월∼2001년9월) 매출액이 7년간 넘지 못했던 5000억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약 35% 늘어난 280억원을 냈다.

“뭐 다른 방법 있나요. 누구라도 알 수밖에 없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수밖에….”

‘인간적’인 경영스타일도 올해 빙그레의 성과에 한몫했다. 직원들은 정 사장의 스타일을 ‘신세대적 리더십’이라고 한다.

“현안이 있으면 담당자를 잘 부르지 않아요. 주로 제가 찾아가는 편이죠. 직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이 되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자주 직원들과 식사하고 주말산행, 심지어 대중목욕탕을 가는 등 격의 없게 지낸다.

그는 언론인출신 경영자. 76년 합동통신(현 연합뉴스)에 입사해 외신부와 사회부 기자생활을 하다 80년 언론통폐합 때 언론사를 떠났다. 일본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산업연구원 연구원 등을 거쳐 92년 빙그레에 입사해 관리본부장 영업본부장 생산본부장 등을 거쳤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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