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꼬이는 하이닉스…자금지원 규모-시기 합의 못해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48분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채권단 자금지원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주채권은행(외환은행)이 제시하는 하이닉스 지원규모가 늘어나 정작 돈을 내야 할 시중은행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9월에 비해 하이닉스의 사정은 더 악화됐고 확실한 회생방안이 나온 것도 아니어서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환은행은 가급적 이달 안에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지원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민 주택 신한은행은 11월 중순 이후 회계법인의 정밀실사결과가 나온 후 지원여부를 결정하자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금지원 규모 자꾸 늘어난다〓외환은행은 처음에 출자전환 3조원, 신규자금지원 5000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 테러사건 이후 반도체가격 회복시기가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규자금지원 규모를 1조원으로 늘렸다. 한달여가 지난 지금은 확실한 회생책 마련을 위해 출자전환 규모를 1조원 더 늘리고 대출금리도 추가로 감면해줄 것을 제안했다.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해외구매선의 동요를 막고 하이닉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지원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하이닉스의 회생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적은 더 나빠진다〓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따르면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가 3·4분기(7∼9월)에 6000억∼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660억원에 비해 10배로 늘어난 것으로 하이닉스는 이미 상반기에 2조8100억원 적자를 냈다. AWSJ는 “시장전문가들의 예상에 어긋나는 비참한 실적이 예상된다”면서 “하이닉스에 새로운 자금을 지원하려는 채권단을 낙담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UBS워버그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하이닉스가 9350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고 삼성전자는 2·4분기(8580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141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같은 D램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3·4분기에 60%가 넘는 엄청난 영업손실률을 기록했다”며 “하이닉스의 적자 규모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두영·성동기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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