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년 경영계획 '시계 제로'…긴축경영 골격만 결정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8시 36분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 등 각종 악재로 국내외 경영환경이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빠지자 대기업들이 내년 투자계획을 짜느라 애를 먹고 있다.

삼성 LG SK 등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현금 중시, 수익성 위주의 긴축 경영’이라는 골격만 정했을 뿐 그룹 차원의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각 그룹의 구조조정본부는 경기침체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는 지침을 계열사에 내려보냈다.

▽자금사정 좋아도 투자 축소〓내년 경제성장률을 3%로 내다본 삼성은 그룹 전체의 인건비 지출을 총액 기준으로 올해 수준에서 동결키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내부 유보액의 100% 범위 내에서 허용했던 전자 SDI 등 우량 계열사의 투자 규모를 내년엔 80%로 낮추고 여유 자금은 수익성 대신 안정성 위주로 운용토록 했다.

시중 자금사정이 나빠질 것에 대비해 부채비율 100%가 넘는 계열사는 부채비율을 10% 이상 낮추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자금 회수가 늦거나 본업이 아닌 분야의 투자는 원칙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LG도 전자 화학 등 핵심 업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꾸준히 하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설비투자는 신규 및 증설을 막론하고 가급적 줄이기로 했다. LG는 전자부문의 R&D 투자규모를 올해 1조4000억원보다 22% 늘어난 1조7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소모성 경비는 제로베이스 수준에서 삭감키로 했다.

SK는 더 이상의 악화 요인이 생기지 않으면 내년부터 경기가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국내외 상황이 워낙 불투명한 점을 감안해 ‘내실경영’을 화두로 삼았다. 중국관련 사업과 정보통신 생명과학 등 차세대 사업의 시장을 선점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분야에 한해 투자를 집중할 방침.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인 현대기아차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액 절대치는 줄이지 않으면서 원가절감 효과를 내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포항제철은 ‘본업인 철강 이외의 신규투자는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영계획 확정 못해〓각 그룹은 이달 들어서도 대형 악재가 잇달아 터지자 계열사에 보낸 지침을 수정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특히 탄저균 파문으로 인해 최대시장인 미국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것이 확실해지면서 수출 전망을 다시 손보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삼성과 LG는 내년 사업계획의 확정 시기를 12월 말까지 늦추기로 했고 현대차도 통상 11월쯤이면 마무리짓던 내년 경영계획의 윤곽을 올해에는 연말에 임박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주성(金周成) 코오롱 구조조정본부장은 “내년 경기가 바닥을 칠지, 하락세가 계속될지 판단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가장 나쁜 상황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원재·김동원·하임숙기자>parkwj@donga.com

주요 그룹의 내년 경영계획 및 전망
삼성
-부채비율 100% 미만 기업
내부유보액의 80% 범위내에서 투자
-부채비율 100∼200% 기업
부채비율 10% 이상 감축 의무화
-부채비율 200% 이상 기업
내부유보액의 50% 범위내에서 투자
-인건비 : 올해 수준 동결

-LGSK
원-달러환율1260∼1300원1250원
회사채수익률
(3년만기,평균)
6.3%7%
국제유가(배럴당)25달러23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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