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액면가 미만 종목 솎아내기…해당기업 '전전긍긍'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59분


코스닥기업의 퇴출기준이 내년부터 강화되면서 상당 기간 동안 액면가 미만으로 거래돼 온 기업들이 ‘퇴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코스닥위원회 정의동 위원장은 “주가가 액면가 밑으로 일정기간 거래되는 기업의 퇴출도 고려하고 있으며 조만간 세부 퇴출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적개선 등의 변수가 퇴출기준에 복합 적용된다면 모르겠지만 일정기간 액면가 미만의 기업이 자동퇴출되는 형태로 간다면 상당수 기업은 철퇴를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현재 코스닥 등록사 중 5일 종가기준으로 주가가 액면가 미만인 종목은 모두 58개. 이중 24개사는 4월 이후 6개월 동안 액면가인 5000원 밑에서 거래돼 왔다.

그 중에서도 국제종건 서한 쌍용건설 신원종합개발 등 4개사는 주가가 액면가의 20% 수준인 1000원을 밑돌고 있어 내년부터 퇴출 기준이 적용된다면 가장 먼저 퇴출이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다. 한솔신금 아시아나항공 웰컴기술금융 신보캐피탈 옵셔널벤처스 조흥캐피탈 주은리스 아이즈비전 제은금고 등 9개사도 1000원대 주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통신 동국산업 동원개발 그랜드백화점 경남리스 한솔창투 대백신금 등 7개사는 액면가의 절반인 2500원에 미달하는 상태.

문제는 이들 기업이 쓸 수 있는 주가관리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주가 띄우기에 효험이 있는 자사주 매입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형편이다.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고 있는 한 기업의 관계자는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가를 액면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난감해했다.

머니게임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예전 같으면 부실기업을 인수하려는 인수합병(M&A)나 인수후개발(A&D) 세력의 ‘입질’과 함께 머니게임이 벌어져 주가가 크게 오를 수도 있었지만 퇴출이 거론되기 시작하면 M&A시장의 매물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액면가 미만 기업의 퇴출은 M&A와 A&D시장도 위축시킬 전망이다. M&A사모펀드를 운영하는 S투자자문회사의 한 임원은 “본격적으로 퇴출이 시작되면 부실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돼 M&A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살아남은 기업은 가격이 올라 인수작업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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