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GDP 문제점]민간소비만 증가 '기형'성장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2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1년6개월만에 극복해 ‘IMF우등생’으로 꼽히던 한국 경제가 올들어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30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 또 성장의 내용도 수출과 설비투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 위주로 이루어졌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올들어 3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0.75%포인트나 인하했고 재정경제부가 10조원 이상의 재정 자금을 푸는 등 경기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지만 경기는 꿈쩍도 않고 있다. 여기다 부동산 임대료 상승의 영향으로 물가까지 크게 오를 경우 자칫하면 ‘저성장-고물가’가 장기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낮은 성장률보다 성장의 내용이 더 문제〓2·4분기중 경제 성장을 이끈 것은 민간소비. 민간소비의 성장기여율은 54.3%로 1·4분기(12.7%)보다 크게 뛰어올랐다. 반면 성장의 엔진이던 수출의 성장기여율은 119.8%에서 23.5%로 급락했다. 소비와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역전된 것은 99년이후 처음. 소비의 비중이 59%, 수출 비중은 17%에 불과해 소비 기여율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수출 기여율이 소비 기여율의 절반을 밑돈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설비투자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2·4분기까지만 해도 41.6%에 이르렀던 설비투자증가율은 4·4분기에 8.1% 증가에 머문 뒤 올 1·4분기에는 -7.9%, 2·4분기 -10.8% 등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감소가 뚜렷해지고 있다.


▽3·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도 우려〓2·4분기중 GDP는 1·4분기에 비해 0.5% 증가했다. 이는 1·4분기중 전분기대비 증가율(0.3%)보다 0.2%포인트 높아진 것. 지난해 4·4분기에 마이너스 0.4%로 떨어졌던 경기가 미약하나마 회복되고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 보면 3·4분기에 또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4분기중 0.5% 성장한 것은 민간소비가 3.3%나 증가한데 따른 것이기 때문. 그러나 통계청이 최근 실시한 7월중 소비자기대지수는 98.4로 6월(100.3)보다 떨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소비자신뢰지수도 3·4분기에 44.8로 전분기(45.3%)보다 낮아졌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수출과 설비투자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 수출은 7월중 20.0%나 줄어든데 이어 8월에도 20일까지 20%이상 감소하고 있다. 한은이 콜금리를 대폭 인하했지만 기업의 설비투자는 여전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도체와 미국 경제 회복이 열쇠〓2·4분기 GDP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돈 것은 6월중 반도체 생산이 16%나 급감했기 때문. 한은 최춘신(崔春新) 국민소득통계팀장은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1·4분기 성장률은 3.7%에서 1.9%로 낮아지고 2·4분기 성장률은 2.7%에서 2.9%로 높아진다”며 “반도체 경기가 언제 회복되느냐가 경기 회복의 중요 요소”라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 정한영(鄭漢永) 연구위원은 “콜금리 인하와 재정확대 등 내수확대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4·4분기부터 회복되지 않는 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4%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