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중9명 "경제질서 나아진것 없다"…KDI 조사

  • 입력 2001년 5월 15일 18시 26분


경제활동에서 ‘경쟁보다 연고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또 10명 중 9명 가량은 ‘외환위기 후 경제의 기초질서가 과거보다 더 공정하지 않거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는 1003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1월에 조사해 분석한 ‘IMF 경제위기와 국민경제의식 변화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15일 공개했다.

▽공정경쟁 풍토에 회의적〓 보고서에 따르면 매매 거래 고용계약 등 각종 경제활동에서 ‘연고’가 ‘경쟁’을 앞질렀다. ‘연고’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49.3%로 ‘경쟁’(45.6%)보다 3.7%포인트 높았다. 특히 96년 4월과 98년 11월 설문조사에서 ‘경쟁이 중요시된다’는 응답이 각각 전체의 절반을 넘는 57.0%와 57.1%였던 점과 비교하면 ‘연고’의 힘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센터 책임전문원 이성표(李成杓) 박사는 “외환위기 직후만 해도 건전한 경쟁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경제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현실경제의 풍토에 실망하면서 연고를 중시하는 국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경제활동의 기초질서가 ‘더 공정해졌다’고 응답한 경우는 11.2%. 반면 ‘오히려 불공정해졌다’는 반응은 34.0%였다. 98년 11월 조사에 비해 ‘더 공정해졌다’는 반응은 4.2%포인트 낮아졌고 ‘더 불공정해졌다’는 반응은 8.9%포인트 높아졌다.

조사대상자 중 64.3%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거품이 빠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2년여 전 조사 때(46.0%)보다 나빠진 것. ▽올해 살림살이 비관〓올해 ‘가정경제’가 작년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본 사람이 전체의 절반 가량인 49.6%였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9.9%에 그쳤다.

응답자의 69.2%는 외국자본 유입에 대한 국민의식이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과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중 어느 쪽이 한국경제에 더 많이 기여하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50.5%가 ‘해외진출 한국기업’을 꼽았다. 반면 ‘한국진출 외국기업’을 꼽은 사람은 20.7%. 해고 등에 대한 불안으로 외환위기 직후보다는 외자유입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커지는 추세다.

의식개혁이 필요한 집단은 기업인(32.9%) 공무원 및 공공부문종사자(32.8%) 등의 순이었다. 대다수 국민(90.7%)은 기업 경영진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목돈이 생기면 우선 어디에 투자하겠느냐는 물음에 56.9%가 금융기관 예금이나 신탁을 꼽았으며 이어 부동산(24.4%), 주식(7.2%), 채권(2.5%)등의 순이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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