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신화 재연 '먹구름' 신선호씨 2대주주로 물러나

  • 입력 2001년 5월 1일 19시 02분


서울 강남의 복합문화센터인 센트럴시티㈜의 경영권이 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센트럴시티로 21년 만에 화려하게 재기한 ‘율산(栗山)신화’의 신선호(申善浩·54·사진)회장은 2대 주주로 물러나게 된다.

센트럴시티 채권단의 고위 관계자는 1일 “모건스탠리가 센트럴시티 지분 60%를 인수하기로 3월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신회장에겐 39.7%의 지분만이 남게 된다”고 밝혔다. 양해각서상의 매각가격은 주당 3000원. 이 관계자는 “현재 모건스탠리가 1∼2개월 예정으로 자산실사를 진행 중인 만큼 늦어도 5월말까지는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각이 이뤄져도 상당기간은 신회장과 모건스탠리가 공동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현재 모건스탠리가 인수키로 한 신회장 보유 주식 중 67%와 센트럴시티 부지를 담보로 잡고 있으며 매각이 이뤄지면 주식에 대한 담보권을 풀어줄 방침.

채권단 관계자는 “센트럴시티가 차입금에 의존해 공사를 진행해와 구조적인 자금부족에 시달려왔다”며 “모건스탠리가 최대주주가 되면 적어도 부도 위험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산규모 약 8000억원에 자본금이 2369억원인 센트럴시티는 지난해 매출액 199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이라는 경영성과를 냈다. 그러나 작년 12월 23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맞기도 했다.

센트럴시티그룹은 강남 반포터미널 부지에 신세계백화점과 영풍문고 등 상업시설을 갖춘 센트럴시티㈜, 메리어트호텔을 운영하는 센트럴관광개발, 센트럴건설 등으로 이뤄졌다. 신회장은 이 가운데 센트럴시티㈜의 지분 99.7%와 센트럴건설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으며 센트럴관광개발의 지분은 센트럴시티가 69.49%를 소유하고 있다.

신회장은 75년 27세 때 경기고 동문들과 함께 자본금 100만원으로 오퍼상을 차린 뒤 중동수출붐을 타고 비약, 한때 14개 계열사와 종업원 1만여명을 거느린 ‘청년 재벌’이 됐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은 자금난으로 이어져 79년 부도를 맞고 외국환관리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혐의로 옥고를 치르기까지 했다. 당시 신회장과 율산의 모든 자산이 채권단에 의해 공매 처분됐으나 반포터미널 부지는 땅을 팔았던 서울시가 소유권 이전을 미룬 탓에 공매 처분을 면했고 신회장은 이를 발판삼아 재기했다.

신회장은 신명호 아시아개발은행(ADB)부총재의 동생이다.

<이나연·이헌진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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