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보고서 주요내용]"성장률 4.8% 적극적인 재정정책 필요"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41분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의 한국경제 평가보고서는 제3자가 한국경제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회사채시장에 대한 한국정부의 제한적 개입을 인정한 부분이다. 올해 한국경제 전망과 한국정부의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조언도 눈길이 간다.

IMF는 몇가지 제약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한국 채권시장이 처해있는 수급불안 등 현실을 감안해 ‘어느 정도의 시장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며 한국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특히 아자이 초프라 IMF한국과장은 보충설명에서 한미 통상마찰 요인으로까지 번졌던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를 IMF가 문제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IMF의 이런 견해는 회사채시장 안정대책을 둘러싸고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대한(對韓)통상압력에 대해 한국정부가 항변할 수 있는 꽤 탄탄한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 국내에서의 비판적 여론과는 별개로 IMF라는 우군(友軍)을 얻은 이상 최소한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정부가 계속 밀리지는 않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미국 정부는 IMF이사회를 앞두고 미 반도체업계의 이해(利害)를 대변해 IMF측에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가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규정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측은 이 보고서가 나오자 “큰 고비는 넘겼다”며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종구(李鍾九)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산은의 회사채 신속인수방안이 시장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고육책이었다는 점을 인정받게 된 것은 한국경제를 위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IMF가 채권시장대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특히 시장을 크게 왜곡하거나 기업들에 대마불사(大馬不死)인식을 갖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촉구한 것은 유념할 일이다.

IMF측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작년의 절반수준(약 4.8% 내외)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 9월에 IMF가 전망한 6.5%보다는 2%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것. 한국이 쉽게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IMF의 인식을 보여준다. 초프라 한국과장은 “경기둔화로 구조조정 추진이 어려워지는 등 한국경제를 둘러싼 외부 여건이 크게 달라지고 국내외 신인도도 낮아져 그동안 잠복해있던 문제점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재정의 경기조절기능 확대도 권고했다. 특히 한국정부가 당초 계획을 4년 앞서 지난해 재정흑자를 보이는 등 빠른 속도의 재정건전화 정책이 최근 경제성장 둔화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며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IMF측은 대우계열사 가치의 지속적인 감소와 손실, 그리고 현대 일부 계열사의 문제점에도 관심을 보였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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