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현대건설 8400억 지원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26분


정부와 채권단은 자금지원을 요청한 현대건설에 8400여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대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로써 자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대전자 현대투신에 이어 현대건설도 당분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으나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빚고 형평성 논란에 휘말리는 등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1일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주재로 긴급 경제장관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현대그룹에 대한 처리문제를 논의했다.

정부는 현대건설이 이달 중 만기도래하는 진성어음을 갚기 위해 요청한 3400억원을 현대건설의 아파트 분양대금을 담보로 대출하도록 채권단에 요청했다.

또 현대건설이 해외공사 수주를 위해 해외에서 차입할 경우 산업 한빛 조흥 등 채권단이 4억달러(약 4800억원)를 지급보증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 [현대3개사 현주소]회생까진 아직 '險路'
- 정부 현대돕기 공적자금 논란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현대건설을 비롯한 건설사들의 해외 공사와 관련해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했다가 지금까지 이행을 늦춰왔다”며 “현재 4억달러 수준에서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이날 회의에서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 로버트 죌릭이 현대전자에 대한 한국의 구제금융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정을 위반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 인수를 통한 현대전자 지원은 △해당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 △금리 특혜를 통한 지원 △채권은행단 간섭을 통한 우회적인 지원 등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WTO의 보조금 규정과는 무관하다는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부총리는 이날 서초구 서초동 외교센터에서 열린 자민련 의원연찬회에서 현대건설 회생방안과 관련해 대출금의 출자전환으로 현대건설을 살릴 방침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완전감자든, 출자전환이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지만 마지막 카드로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과 외환은행은 출자전환 방안을 현재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권순활·이훈·박성원기자>shkwon@donga.com

▼한나라당 "경제원칙 훼손 행위"▼

한나라당은 1일 정부가 현대건설에 8000억원대의 신규자금을 지원키로 한 데 대해 “이번 조치는 국가경제의 운명을 현대에 내맡기는 것으로 경제의 원칙과 기본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성명에서 “현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지원조치는 작년 11월 진념(陳稔) 경제부총리가 ‘자구계획 이행이 없이는 신규자금지원은 없다’고 한 대국민 약속을 정면으로 뒤엎은 것”이라며 “현대의 부실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정책위도 성명을 내고“부실 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은커녕 출자전환을 통해 현대건설의 빚을 해결해 주려는 것은 현 정부와 현대의 신(新)정경유착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현대는 자구노력 이행 사항을 명백히 밝히고, 정부는 현대의 자구노력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즉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