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벤처밸리 "일감이 없어서…" 반갑잖은 6일 연휴

  • 입력 2001년 1월 21일 16시 25분


설 연휴를 맞는 벤처기업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지난해만 해도 설 연휴를 반납하고 일에 몰두해 불야성을 이뤘던 서울 ‘벤처밸리’도 금년에는 야간 근무를 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경기부진으로 일거리가 줄자 아예 5, 6일간의 긴 연휴에 들어간 기업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는 프로젝트 관련 연구로 설 연휴 사흘 중 이틀을 일했죠. 집에서 싸온 김밥을 먹으며 밤을 샜어요. 일거리가 넘치니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올해엔 6일이나 쉰다고 생각하니 힘이 쫙 빠지더군요.”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박모 대리(31)는 올해 연휴중 부모댁을 하루 찾는 것 외에 아무런 계획이 없다. 지난해 격려금 형식으로 30만원이 나왔던 설 보너스도 없어 지갑도 얄팍하다. 연휴를 즐길 기분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컨설팅 관련 벤처기업의 김모씨(33)는 지난해와 올해의 차이를 ‘일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쉬어야 하는 스트레스’의 차이로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벤처밸리 증후군’이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로 일거리가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일이 없어 괴로운’ 정반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휴 때는 3건의 프로젝트가 밀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1월말까지 쉬어도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싶은데 일이 없으니 이것도 큰 스트레스죠.”이에 대해 인터넷 방송 채티비의 나원주(31)사장은 “지난해처럼 ‘벤처’ 이름만 걸면 일거리가 넘쳐나는 그런 호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스스로 실력을 키우는 데 전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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